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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rt and the Bottle"

by Oliver Jeffer

출처: amazon.com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소녀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고 함께 자연으로 나가 경험하는 시간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함께 세상을 탐험하던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소녀의 곁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출처: https://www.themarginalian.org/2015/05/14/oliver-jeffers-the-heart-and-the-bottle/


출처: https://www.themarginalian.org/2015/05/14/oliver-jeffers-the-heart-and-the-bottle/


책에서는 헤어진 사람을 정확히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아버지 일 수도 있고 할아버지 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책 전체에 다른 어른이 나오질 않기에 소녀의 일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사람이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캄캄한 방에서 빈 의자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는 저도 마음이 아려옵니다.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정의할 수 없던 소녀는 더 이상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자신의 심장을 유리병에 가두고 그 병을 목에 걸고 다닙니다. 아주 잠시는 도움이 되는 듯했어요.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자연의 변화에 무심해지고 예전의 호기심을 잃어버렸습니다. 세상과 단절한 채 심장이 담긴 유리병이 얼마나 무겁고 어색한지만 느낄 뿐이었죠. 적어도 자신의 심장은 안전하다는 것이 유일한 위로였습니다.



출처: https://www.themarginalian.org/2015/05/14/oliver-jeffers-the-heart-and-the-bottle/


시간이 지나 어제 같던 오늘이 반복되던 어느 날 예전의 자신처럼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한 꼬마 아이를 만난 그녀는 심장이 없이는 대답을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유리병에 가둬둔 심장을 꺼내기로 마음먹습니다. 유리병을 깨뜨리지 않고 심장을 꺼낸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심장을 꺼내지 못하고 있던 그때 꼬마 아이가 나타나 작은 손을 유리병 안으로 넣어 심장을 꺼냅니다.



출처: https://www.themarginalian.org/2015/05/14/oliver-jeffers-the-heart-and-the-bottle/



출처: https://www.themarginalian.org/2015/05/14/oliver-jeffers-the-heart-and-the-bottle/


한동안 비어있던 그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그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스토리는 마칩니다만 그녀는 곧 책에서 본 것들을 체험하러 바깥세상으로 나가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를 만나 심장을 꺼내준 꼬마 아이와 함께 세상을 탐험할지도 모릅니다. 그 꼬마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아닌지 책에서는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고 있어요. 독자가 상상할 여지를 남겨 두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슬픔을 온전히 치유한다는 건 어렵습니다. 마음을 닫은 채 어떠한 외부의 자극에도 무감해지는 것이 안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은 자들은 살아야 합니다. 새로운 질문을 하는 다음 세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대답을 해 주기 위해서라도요.




그림책 하나로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작은 것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책 앞에서 이야기를 빌어 함께 울었다는 것만 알아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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