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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세상에서 아이들과 시를 써보다

National Poetry Month를 맞아 진행한 도서관 프로그램

요즘 도서관 업무 관련한 포스팅이 너무 뜨문뜨문하네요. 사실 요즘 일을 너무 많이 벌여놓아 브런치에 소홀했었습니다. 그동안 했던 프로그램들을 하나씩 소개해 볼게요.




미국에서 4월은 National Poetry Month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매년 시를 잊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게 주변 어느 도서관에서도 시에 관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4월마다 어떤 사명감처럼 시 쓰는 프로그램을 꼭 하고 있답니다.


혹.... 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제가 만든 teaching guide를 쉐어할께요. 저희 뉴저지 도서관의 아동 사서들끼리의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 Program of the Month(이번 달의 프로그램)로 뽑혀서 다른 아동사서들에게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었어야 했거든요. 그 자료를 올릴게요.


출처: Amazon.com


첫 모임을 시를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책은 날짜별로 하나씩 시가 쓰인 책인데요. 아이들에게 생일을 물어보고 자기 생일 날짜에 해당하는 시를 읽게 합니다. 소리 내어 읽는 걸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은 제가 읽어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시에 익숙해지고 나서 제일 먼저 Acrostic Poem을 해 봅니다. 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시를 쓰는 것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두 번째 모임에선 Rhyme을 활용한 재미있는 시를 써 보기로 합니다. 아이들에게 Rhyme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제시한 단어와 rhyming 단어를 떠올리는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모임에선 Haiku를 써 보게 합니다. 5 syllables - 7 syllables - 5 syllables로 이루어진 3개의 줄로 이루어진 하이쿠는 아이들에게 음절의 개념을 가르쳐 주기에 좋은 시라서 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 모임에서는 Open-Mic를 해요. 아이들이 자신이 쓴 시를 앞에 나와서 읽는 시간이에요. 이때는 부모님들도 프로그램에 같이 참석하도록 하는데요. 자신의 자녀가 무대에 올라 겨우 1분 정도 시를 읽어도 모두들 핸드폰을 꺼내서 영상을 찍느라 바쁘시답니다. 그러고는 3주 동안 쓴 시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매년 저희 도서관 이름으로 발행하는 시집에 넣을 시를 이쁘게 쓰고 또 색칠합니다. 그렇게 모인 시집이 벌써 3권이 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팬데믹으로 책을 내질 못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시 모음집은 바코드를 붙이고 카달로깅 시스템에 넣어서 대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요.


그동안 출판한 시 모음집




시를 잊은 세상에 살고 있어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양극단의 사람들은 반대편의 사람들을 공격하고 반대편 사람들의 말을 1퍼센트도 믿지 않는 세상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고 새로 접하는 뉴스들은 한숨을 부릅니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 잔인한 세상에서 숨 한번 돌리고 나긋나긋 시를 소리 내어 읽는 찰나의 시간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읽고 또 시를 써 보는 이 시간이 귀합니다. 소중한 올해의 추억으로 내년에도 좋은 프로그램을 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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