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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퐁당 Jul 07. 2023

나를 발견하는 중입니다


글쓰기란 발견이며 발굴인 것 같다.

어느 순간 아이가 재잘거리는 말속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놀라움에 발견을 할 때가 있고,

생활하며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대해 좀 더 파혜쳐 무언가 발굴하려고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같은 듯 다른 뜻을 담고 있는 발견과 발굴을 생각해 본다.


갑자기 머릿속으로 훅 들어온 어떤 단어를 시작으로, 그렇게 발견이 되면 기분이 이상해지며 하던 일을 멈추고 무언가 떠오르는 머릿속의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어 진다.
소재를 발견하고 한없이 머릿속에 단어들이 생각날 때는 주로 운전중일 때가 많다. 어디라도 세워 쓰고 싶다.

오늘도 아이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을 당근에서 찾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고, 

판매자에게 말을 걸고, 몇 마디 나누다가 기본적인 나의 생각과 조금은 다른 판매자의 생각을 보며,

글로 쓰고 싶어졌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중고거래는 올린 정보 잘 보고 ‘안녕하세요 제가 구매할게요’ 쓰고 기다렸다가,

답이 오면 ‘몇 시까지 갈 수 있는데 문 앞에 두면 찾고 입금해도 될까요?’라고 묻고, 

좋다고 하면 찾고 입금을 한다. 이게 일반적이다.
오늘 판매자에게도 문 앞에 두면 찾고 입금해도 되는지 물었더니, 먼저 입금을 하면 문 앞에 두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직 보지도 않은 물건값을 먼저 보내라는 말에  좀 기분이 별로였다.

 아파트에 거주하며 문 앞에 물건을 두는 일에 반감이 없어서였을까? 보통 택배도 문 앞에 두고 가는 실정이다 보니 편하게 물은 거였는데, 돈부터 보내라는 말에 부정적인 마음이 앞선 게 사실이지만, 물건값이 워낙에 저렴하고 물건도 괜찮아 보여, 알았다고 한 뒤 계좌를 묻고 입금을 했다.

물건을 찾으러 갔는데, 1층입구에 보안이 없는 아파트였다. 주차장도 그냥 통과, 1층 입구에서도 바로 통과, 2층이라고 하는데 입구에서 계단이 연결되어 있어 2층 입구가 훤히 보였다.

순간 ‘아! 누구든 집어갈 수 있고 보안상의 문제가 있어 먼저 입금하라고 했나?’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지식 안에서 상대방을 판단한다. 나 또한 그렇다. 어쨌든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고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정보 몇 가지로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나만의 결론을 내리며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나에겐 여러 가지 편견이 있다.

기본적으로 기초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게 그렇다.

길에 침을 뱉는 사람,

에스컬레이터를 걸어가는 사람,

담배를 아무 데서나 피우는 사람,

문신한 사람,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는 사람,

자동차 머플러 시끄러운 걸로 달고 다니는 사람,

주차 자리가 있음에도 통로에 다른 차 막아서 주차해놓은 사람,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등등

여러 가지 유형의 대체로 타인에게 피해 주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아주 싫어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도 가까이 마주 대하면 또 다른 좋은 면들도 있을 것이다. 잘못된 행동이지만 한 가지의 행위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판단할 수 있을까? 단지 나의 편견일까? 생각할 때가 있다.

어쨌든 당근거래로 돌아와, 나 같으면 사연을 얘기하고 물건값을 먼저 보내줄 수 있는지 질문했을 것 같다.
글에는 그 사람의 성향이 보인다.

당근거래를 시작할 때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모르는 사람이고 처음 말을 거는 첫마디이니 ‘안녕하세요’는 필수이다. 누구나 그렇게 할 것 같지만 ‘안녕하세요’를 빼먹는 판매자 또는 구매자를 종종 보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짧은 대화도 신중한 단어 선택을 해야 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보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은 사람인가 봐’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앞차의 뒤 꽁무니만 봐도 운전자가 어떤 성향일지 대충 보일 때가 있다. 자동차도 그러한데 하물며 글을 보며 상대방을 추측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인다는 것은 내가 보는 것 나의 편견이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오늘 나는 나의 편견 한 스푼 녹아든 당근거래를 했고, 글을 쓰며 여러 가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주로 발견을 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 것 같다. 재미있고, 그냥 쓰고 싶다.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하기 싫어질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그렇지 않지만, 소소한 글들이 쌓여가며 ‘내가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직은 재미있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으로 행복해지는, 유쾌해지는, 잘난 척하지 않는, 편안하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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