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결국, 대박 사건(5)

by 오엔디

2025년 4월 30일.

오엔디(Oendi)가 다시 태어난 날.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이 도착했고, ‘작가님’이라는 호칭, 왠지 나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글을 쓰면 뭐가 달라질까?"


지금까지 달라진 게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의 시선이다.

그전에는 "안 돼", "원래 다 그래"가 입에 붙어 있었다.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이 먼저다.

“작가님~” 소리 한번 듣고 나니, 약간의 책임감도 생겼다.

작가니까, 작가처럼, 작가답게 더 열심히 살아야지.


세이노는 말했다.

“부정은 긍정을 위한 무한한 연습이다.”

흑역사가 흑진주가 될 수도 있다는 말.

하지만 글을 써보니, 굳이 인생의 밑바닥까지 안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쓰는 글 속에서 긍정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브런치 스토리에 첫 글을 올리던 날은, 솔직히 약간 긴장되었다.

구독자 수, 관심작가 수...

그저 숫자에 목마른 내가 되어 있었다.

두 번째 글부터는 전 글과 비교도 하며 초조해졌다.

‘이 글이 전보다 더 괜찮은가? 반응은 어떨까?’

그러다 알게 됐다.


내 글은 결국 나와의 대화였다는 걸.


어느 날 지인 한 분이 툭하고 던졌다.

“브런치 작가? 그거 요즘 되기 힘들다던데?”

그렇다. 그간 괜히 긴장했고, 머릿속에서 온갖 탈락하면 어쩌나?라고 시나리오를 백 번쯤 돌린 것 같다.

그런데 결과는 단 한 번의 도전으로 승인됐다.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나도 브런치 작가.. 해볼 만하구나.’

그래 주변의 작은 일도 ‘글로 써야지’ 하고 메모부터 시작했다.


글쓰기는 생각보다 매우 실용적이다.

다양한 정보를 내게 맞게 추리고, 스스로 나를 설득해하고, 정리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 해결능력이 점점 늘었다.

어휘나 표현뿐 아니라 말은 정돈되고, 감정은 춤추지 않게 가라앉는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 삶의 결이 달라져 가고 있다.


특히 ‘나’를 쓰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글은 말보다 더 정확하게 나를 비춘다.

어느 날은 버스 정류장 문구 한 줄, 지하철의 시 한 구절, 또 다른 날은 친구의 농담 한 마디가

글감으로 기록된다.


일상이 점점 특별해진다.


처음엔 한 문장 그리고 한 문단도 버거웠는데,

이젠 어느새 흐름을 글의 마지막 문장을 마무리한다. 새벽 이른 아침이나, 출근길 지하철은 내 귀중한 글감의 시간이다.


며칠 전, 큰 딸이 물었다.

“아빠, 요즘 왜 자꾸 웃어?”

잠시 생각하느라 멍해졌다.

‘내가 지금 웃고 있었나?’

생각해 보니, 글을 쓰며 하루 몇 번씩 피식 웃는 습관이 생겼다.

내 마음이 글로 정리되면서, 나도 모르게 그간의 힘들고 어려웠던 마음이 가벼워졌던 거다.


또 어느 날, 지인이 말했다.

“요즘 많이 달라졌어. 말도 부드럽고, 눈빛도 그렇고 남을 위한 배려 등 잔잔해졌어.”

글을 쓰면서 내 주장의 말이 줄고, 표정이 정돈되고, 생각이 깊어진 것이다.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게 바로 글쓰기 요정의 마법이지.’


글을 잘 쓰는 별다른 비법은 없다.

그냥 하루 한 문장씩 자기 마음을 꺼내 쓰는 일.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문장들이 나를 다듬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 안에 숨어 있던 행복한 이야기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글쓰기는 결국, 대박 사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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