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붕어빵(6)

by 오엔디

산책 삼 남매가 밖으로 나선다. 5월의 햇살이 눈부시다. 그 눈부심이 이상하게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지는 날.


뭐든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했던가.

부처님의 가르침도, 활의 명사수였던 정조대왕도 그 내려놓기의 행복한 이치를 말했다.


늘 그렇듯, 삼 남매는 오늘도 ‘앞에 둘, 뒤에 하나’ 세 박자의 느긋한 걸음이다.


신입이 묻는다.

“아~ 팀장님, 오늘도 붕어빵 맞죠?”

그러자 젊은 아빠는 꽈배기도 어떤지 하며 슬쩍 떠본다.


사실 그 가게는 원래 찹쌀꽈배기와 찹쌀도넛 전문이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혼자 가게를 꾸리게 된 사장님은 오전엔 붕어빵, 오후엔 알바 어르신이 오면 꽈배기를 튀긴다.

꽈배기를 더 좋아하는 신입과 젊은 아빠는 늘 타이밍이 아쉬웠다.


그런데 오늘, 아뿔싸. 가게 문이 굳게 닫혔다.

며칠 전 “이젠 힘들다”며 임대를 내놓겠다고 하셨는데… 벌써 정리하신 걸까?

아니면, 몸이 더 안 좋아지신 걸까.


그렇게 되돌아오는 길.

옆집 단골 카페에서 받아 든 아이스라테는 평소보다 더 쓰게 느껴진다.

붕어빵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산책 삼 남매는 투벅투벅 회사로 돌아온다.


다음날은 남산이 아닌 서울역 방향 북문 쪽으로 향한다. 평소에도 산책하기 다소 번잡한 곳이지만, 앞에 선 두 사람의 발걸음이 가볍다.

붕어빵과 꽈배기, 둘 다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후에 왕만두집 한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이로 설탕이 살짝 묻은 찹쌀꽈배기가 우리를 반긴다.

일단 갓 튀긴 찹쌀꽈배기와 찹쌀도넛을 몇 개씩 사고, 철뚝 골목 아래로 내려간다.


그 아래, 작은 유리문 너머“붕어빵 3개 2,000원”이라는 손글씨가 선명하다. 보통 붕어빵보다 크고 도톰한 그 녀석은

꼬리까지 통단팥이 꽉 차 있었다.


“팀장님! 이건 진짜 대박 붕어예요!

저는 팥을 안 좋아했는데, 이건 텁텁하지도 않고… 앙금이 너무 고소하고 부드러워요!” 신입이 밝은 하회탈이 되어 말한다.


어제의 실망스러운 얼굴에 오늘의 밝은 햇살이 스며든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생기 있는 눈빛이 번진다.


통통한 붕어빵 봉투, 하얀 설탕이 고운 꽈배기,

그 사이를 걷는 삼 남매의 발걸음엔 기분 좋은 탄력이 실린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이게 어쩌면, 우리가 버티는 행복 공식이 아닐까.


며칠 전, 회의실 앞 복도에서 신입이 말했다.

“팀장님, 요즘 출근길에 유일하게 기대되는 게 있어요. 편의점 붕어싸만코요.

그거 없으면 하루가 너무 길더라고요.”


다들 그냥 웃었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 출근길에 커피 한 잔, 점심시간에 함께 쪼개 먹는 단팥빵, 회식 대신 사 먹는 붕어빵과 꽈배기 파티 등에서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살아내는 건 아닐까?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꼬리까지 팥이 꽉 찬 붕어빵처럼,

작지만 속이 알찬 행복한 순간이

번잡한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쌓일수록,

우리는 조금씩 더 나아진다.

작지만, 조막 조막 따뜻한 것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행복한 하루를 구원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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