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대박 사건(3)

주목받고 싶다면, 학교 안 민주주의 반장선거처럼 글쓰기에 도전하라

by 오엔디

어린 시절, 소꿉장난 같기도 했던 반장선거.

누구나 학급을 대표해 행사며 대회를 책임질 ‘대박 학생’을 뽑는 선거였다.

누구는 당선되고, 누구는 낙선했다.

누구는 포스터를 붙였고, 누구는 말없이 표를 얻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세상살이의 축소판, 민주주의의 첫 경험을 하게 된다.


반장선거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단체 의사를 조율하고 결정하는지를 배우는 소중한 체험이다.

자율적으로 학급을 운영하고,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책임을 맡으며,

다수의 선택과 소수의 존중이 공존해야 함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


당선자든 낙선자든,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타인의 선택을 인정하는 올바른 태도를 배웠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첫걸음.

그 시작이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반장선거’였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면

글쓰기도 이런 반장선거와 꽤 닮아 있다.


한 줄의 문장이 만든 ‘투표’ 행위다


글쓰기를 통해, 내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을 세상 앞에 조용히 출마시키는 대박 사건이다.


따라서 글쓰기를 한다는 건, 매일 출마하는 일이다.

공약 대신 문장을 꺼내 들고, 연설 대신 글을 올린다.

추천이나 좋아요 버튼은 일종의 ‘투표’ 행위다.

댓글은 유권자의 목소리고, 구독은 신뢰의 연장이다.

때론 아무 반응 없는 ‘낙선’의 날도 있고,

예상치 못한 ‘당선’의 기쁨도 누린다.


《채근담》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줄의 말이 천금을 움직이고, 한 줄의 침묵이 만파를 잠재운다.”

정확히 글쓰기가 그렇다.

말 대신 문장으로, 권력 대신 공감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대단한 수사가 아니라

진심 어린 한 줄이라는 걸 배운다.


리더십은 말보다 글의 ‘행간’에 숨어 지낸다


《도덕경》은 말한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그가 있는지조차 모를 때다."

반장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다.

드러내는 리더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세상의 분위기를 조용히 바꾸는 리더.

글도 그렇게 해야 한다. 말보다 기운의 숨결로 설득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어 간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지형을 읽는 것”이라 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글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문맥을 읽고, 흐름을 타고,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글이 독자를 지휘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글과 함께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게 참신한 글쓰기 전략이다.


예전 어느 날, 조용한 당선이 나를 위로해 준다


예전의 한 독서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군가 책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요즘 아침마다 읽는 글인데요, 이 문장 때문에 하루를 버텨요.”

그가 낭독한 문장을 듣고 나는 잠시 숨이 멎을 뻔했다.

그건 바로, 내가 쓴 글이었다.


그 순간 나는 이미 그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당선증도, 박수도 없었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마음의 당선’은 없겠구나.


세이노, 얼굴 없는 반장의 당선 비결


세이노는 얼굴도, 이력도, 사진 한 장 없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조용하게, 가장 강력하게

‘대박 반장’이 된 사람이다.

그는 오로지 글만으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얻었다.


“자기 삶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라.”

“불평은 실패의 언어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에 속지 마라. 해야 할 일을 좋아하라.”

이런 뼈 있는 "NO"들의 문장들이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퍼져나갔다.


그는 군중 앞에 나서지도 않았고, 홍보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의 글은

바쁜 수험생에게는 아침의 알람이 되었고,

퇴사 앞둔 직장인에게는 마지막 북돋움과 격려가 되었고,

퇴직 이후를 고민하는 우리에게는 작은 북극의 나침반이 되었다.


당선은 결국 사람의 ‘마음 안’에서 이루어진다.

세이노는 스스로 증명해 보여주었다.

‘진심은 플랫폼도, 마케팅도, 스펙도 몽땅 이긴다’라는 평범한 깨움의 진실을 걸고.


글을 쓴다는 건, 매일 출마하는 일이다


오늘도 우리는 무언가 글을 쓴다.

누군가는 투표하듯 ‘좋아요’를 누르고,

누군가는 낙선자처럼 '조용히' 말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진심을 다한 글은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의 마음에서 다시 피어나 낭독된다.


그 순간, 당신은

비공식이지만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대박 당선되어 한번쯤 우쭐해 보기도 한다.


조용한 위로가 작은 행복의 기적으로, 또 다른 대박 반장선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러니 오늘도 써보자.

유세 없이 출마하는 이 멋진 반장선거에,

우리 문장 한 줄을 조심스럽게 올려보자.


당신의 문장은 이미 누군가의 하루를 이끌

조용한 리더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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