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강철 멘탈', 나만 몰래 쓰는 '미나'이다
스포트라이트 뒤, 가장 잘 나가는 미나의 외침
요즘 뉴스에 ‘공황장애’는 단골손님입니다. CEO, 예능인, A급 배우… 세상이 '강철 멘탈'이라 부르던 이들이 돌연 활동을 멈추며 내미는 진단서 한 장, "저는 공황장애 치료 중입니다."
한때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숨이 막힐 때마다 검색창에 "공황장애 초기 증상"을 찾는 나를 발견합니다. 이 네 글자는 언제든지 우리 옆자리의 동료, 심지어 내 목을 조여 오는 '미지의 나' 즉, 미나가 되었습니다.
패닉, 고대 그리스 판에서 온 웰빙 알람
이 지독한 두려움의 시조는 고대 그리스의 목신, '판(Pan)'입니다. 숲 속에서 플루트를 불다 말고 느닷없이 괴성을 지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던 '프로불참러'. '패닉'은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공황은 단순한 놀람이 아닙니다. 그것은 몸이 보내는 극단의 생존 신호입니다. 심장 박동은 EDM(전자 댄스 뮤직)처럼 터지고, 숨은 잠깐 멈추고, '내가 지금 죽는구나'의 3초 묵시록. 이 끈질긴 악몽보다 더 무서운 건, 그 녀석이 '또 올까 봐'라는, '예기불안'의 끈적한 저주입니다.
공황은 나약함의 상징, 그런 단순한 표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살아!'라고 외치는, 몸과 마음이 쥐어 짜낸 비상, '미지의 나(미나)'를 호출입니다.
조선 왕실, 멘탈 싸움의 승자는 누구인가
잠깐 상상해 봅니다. '미나'를 숨긴 조선 왕실은 멘탈 관리가 중요한 국력이었습니다. 그런 궁궐에도 두 명의 '패닉' 환자가 있었으니까요.
연산군은 어머니의 비극을 삭이지 못하고 결국 폭력과 함께 자멸의 코스를 밟았습니다. 반면에 50여 년 장기 집권의 비결을 '글쓰기'에서 찾은 영조대왕이 있습니다. 그 둘의 삶은 공황장애가 주는 의미를 새롭게 해석합니다.
후자는 불면과 죄책감 속에서도, 붓을 들어 국정을 조율하고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그의 글은 단순한 국정이 아니라, 마음을 짓는 심약(心藥) 이되었습니다.
만약 사도세자에게도 '글로 자신을 펼칠 언어의 방'이 있었다면? 우린 역사 교과서 대신 그의 작가 이력과 작품 소개를 읽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이엔드 라이프, 로우 퀄리티 멘탈 관리 중요성
공황은 사회적 명성을 얻은 자들의 전유물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화려한 직업들 속에서도 끊임없이 터집니다.
요즘 들어 부쩍 미나를 고백한 연예인들이 많습니다. 그중 배우 박정민은 에세이에서 고백했습니다. 카메라 밖에서 두려움에 숨 가빴던 그는 글을 쓰며 "쓰는 동안만은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말합니다.
배우 이성경은 극심한 불안으로 촬영 중 응급실행이 자주 있었는데, 그 후 그녀가 택한 구원은 화려한 특효약이 아닌, '명상 호흡, 걷기, 쓰기'라는 가장 평범한 루틴이었습니다.
아이돌 출신 차은우의 명언은 이것입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기록을 남겨라." 완벽해 보이던 그들의 고백은 우리에게 가장 솔직한 셀프-케어 매뉴얼을 건넵니다.
나를 살리는 건, '내면의 가장 조용한 반격'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침 명상 호흡, 약물, 수많은 주변 조언들. 모두가 임시방편일 뿐, 공황의 문턱조차 내려앉지 않았습니다.
그때 나를 붙잡은 건 미나의 작은 강직한 펜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 어떤 위로를 구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을 조용하게 종이에 옮겼습니다. 조각난 감정을 다른 단어와 연결 문장이 되어갈 때, 비로소 무너지는 나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는 그냥 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생명을 살리고 결국, 콰이어트 레볼루션(Quiet Revolution)이었습니다.
공황, 몰아내는 대신 미나처럼 길들이는 미학
공황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SNS의 '완벽 코스프레'가 만든, 한 시대의 미나이자 숙명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글은 당신의 불안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는' 작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가 김혜남은 불안을 "도망칠 것이 아니라 길들여 함께 살아야 하는 손님"이라 했습니다. 의사 이정석은 공황을 "꺼야 할 불이 아니라, 다루어야 할 불꽃"이라 정의했습니다. 조선의 명의, 허준 선생도 이미 알았습니다.
"심병은 심약으로 다스린다."
글은 가장 솔직하고 조용한 나만의 생명 구조대입니다. 불안이 다시 문을 두드릴 때, 도망치지 않고 앉아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당신, 그때 잠시 미나를 만납니다.
우리는 조금씩 나아지면서 괜찮아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불안을 길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고, 여전히 무언가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