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춥다며 문을 닫았건만
나는 네 주머니가 깊어 다행이었다
시린 바람 덕에 틈 없이 깍지 끼고
하얀 입김 속에서 살아 있음을 보았다
여름엔 덥다며 피했던 품이
이 계절만은 가장 필요한 인사가 되니
세상이 차가워질수록
우리 사이는 뜨거워지는 것을
모두가 끝이라 말하는 들판 위로
소리 없이 하얀 담요가 덮인다
눈은 땅을 얼지 않게 감싸고
씨앗은 그 아래서 가장 깊은 꿈을 꾼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을 준비하는 중이다
나무는 잎을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온전한 쉼을 얻었다
흐릿했던 여름이 지나간 자리
겨울이 와서야 세상이 맑아졌다
차가운 공기는 폐부를 씻어내고
나목은 뼈대만으로 가장 솔직하게 섰다
눈이 소음을 삼켜버린 밤
별들은 유독 시리도록 밝다
군더더기를 털어낸 자리에
네가, 내가, 선명하게 남았다
겨울은 시련이 아니었다
내가 너에게 안길 수 있도록
조용히 추위를 건넨 것이다
쉬어도 된다고 허락하는 계절
가까워져도 된다고 핑계를 주는 계절
선명해져도 된다고 비워주는 계절
그래서 나는
이 말없는 선물 앞에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