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흐르는데
우물이 마른 게 아니었다
두레박을 내리는 법을
잊은 것이었다
꽃은 피었다
꺾으러 오는 손이 없어
그냥 피었다가
그냥 졌다
땅만 기억했다
발바닥은 위를 보지 않으므로
슬픔에도 계절이 있었는데
이 세대의 슬픔은
계절이 없다
오래 머물지 않으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뿌리가 없으므로
다음 해에 피어나지 못한다
몸이 언어보다 먼저 안다고
누군가 말했는데
이 세대의 몸은
감각이 닿기 전에
이미 달아난다
강가에 저녁이 내렸다
물소리는 여전히 났다
파문도 번졌다
보는 눈이 없었을 뿐
시는 항상
거기 있었다
그것이
가장 조용한 비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