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라는 말을
아껴 두었다
네가 거기 있던 날
내가 거기 있었던 것
스쳐 지나려다
옷깃에 꽃잎이 물든 것 같은
절묘한 우연이었다
같은 언어로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게
이토록 다행인 줄은
네 앞에 서기 전까지는
참으로 아득했다
심장이
첫 페이지처럼
펼쳐졌다
네 웃음을 보자마자
이유도 없이
목 끝까지 새콤함이 차올랐다
봄보다 먼저 오는 것들이
있다
불을 켜지 않아도
네가 있으면 환하다
그런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오래 몰랐다
어떤 날은 그냥
네 쪽으로 걸었다
이유를 묻기도 전에
발이 먼저 마중을 나갔다
무표정 연습은
삼 초를 못 가고 샜다
손끝이 저렸다
과즙 같은 게 번지는 것처럼
일기에는 썼다
오늘, 눈이 시리게 환한 사람을 보았다
햇살이 너한테만 기우는 것 같아서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행복이 무서울 때
사람은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