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심장은 멈추는 법이 없다. 밤낮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뱉어내고 또 삼킨다.
우리는 그 거대한 심장 박동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문득 멈춰 서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아스팔트 바닥 아래, 낡은 맨홀 뚜껑이 내쉬는 깊은 한숨, 헐거워진 가로등이 바람에 삐걱이는 쓸쓸한 노랫소리, 겹겹이 붙었다 뜯어진 포스터들이 담벼락에 남긴 희미한 흉터 같은 것들.
이 모든 무심한 사물들에게 만약 목소리가 있다면,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찌그러진 페인트통은 한때 담고 있던 선명한 색깔들의 꿈을 이야기할까?
녹슨 벤치는 수많은 연인들의 속삭임과 헤어짐의 침묵을 기억하며 흐느낄까? 주인을 잃고 골목 어귀에 버려진 낡은 자전거는, 한때 자신을 타고 달리던 아이의 웃음소리를 그리워하며 녹슬어갈까?
우리는 이 도시를 우리의 눈으로만 보고, 우리의 귀로만 듣는다. 그래서 이 오래된 사물들이 품고 있는 시간의 흔적, 보이지 않는 비명 소리, 혹은 잊혀진 노래들을 놓치곤 한다. 그들은 그저 배경일 뿐,
우리의 시선은 늘 새로운 것, 화려한 것, 움직이는 것에만 꽂혀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도시의 산증인이다. 수많은 발자국 아래서 묵묵히 도시의 변화를 견디고, 켜켜이 쌓인 먼지 속에서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조용히 관찰해 왔다.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낡은 가로등은 오늘도 밤늦도록 길을 밝힌다.
누군가에게는 귀갓길의 안도감을, 또 누군가에게는 외로운 그림자를 선물하면서. 그 삐걱이는 소리는 단지 낡은 부품의 마찰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이 지켜본 수많은 삶의 무게와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쓸쓸한 독백일지도 모른다.
도시의 숨겨진 비명 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 있는가?
차가운 시멘트 벽 속에 갇힌 뜨거운 이야기들, 무생물처럼 보이는 것들이 품고 있는 삶의 파동. 우리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볼 때, 도시는 비로소 우리에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잊고 지냈던 어떤 작고 소중한 진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