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속삭임

by 슈펭 Super Peng

가끔은 세상의 모든 색이 바랜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풍경, 익숙해서 지루해진 길,

어깨를 누르는 공기의 무게까지.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그런 오후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섭니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움츠러든 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속삭여줍니다.

괜찮다고, 이만하면 정말 잘하고 있는 거라고. 세상의 수많은 말들 중에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굳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된다고 말입니다. 누구보다 나 자신이 나의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 나의 모든 순간을 사랑해주겠다고. 나는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만큼은, 절대로 잊지 말자고 부드럽게 다독입니다.

마음속에 따뜻한 위로가 맴돌기 시작하면, 조용히 눈을 감고 또 다른 문을 엽니다. 바로 아주 근사한 상상을 시작하는 겁니다.

상상 속에서 나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자가 됩니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낯선 도시의 노천카페에 앉아 향기로운 커피를 맛보기도 하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가기도 하죠.

지루한 흑백 영화의 관객이 아니라, 내 삶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가장 빛나는 장면을 직접 만들어가는 겁니다. 답답했던 현실의 소음은 잠시 흐려지고, 마음속에는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배경음악처럼 잔잔하게 흘러나옵니다.

물론 눈을 뜨면 다시 원래의 자리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마음속에 그려본 수많은 풍경과 가슴 뛰는 순간들이, 희미해졌던 내 안의 색깔을 다시 선명하게 채워주니까요. 그 작은 상상의 힘으로, 나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를 얻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멋진 상상들은, 언젠가 마주하게 될 가장 눈부신 현실의 예고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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