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공기 속에서 내 숨소리마저 벽지에 스며드는 듯한 침묵. '다녀왔어' 라는 말 대신 문소리를 내지 않고 어두컴컴한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가 그저 잠만 자던 날들이었다.
창틈으로 새어 들어온 한 줄기 빛이 바닥의 먼지들을 춤추게 하던 어느 오후, 나는 문득 모든 것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신발장 속 낡은 운동화에 발을 넣고, 풀리지 않을 것처럼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 맸다.
오래 닫혀 있던 현관문이 삐걱거리는 비명을 질렀다. 마침내 문을 열자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에 잠시 눈을 찡그렸지만, 더는 도망치지 않았다. 아스팔트 위로 발이 닿는 단단한 감촉, 살갗을 감싸는 서늘하지만 상쾌한 바람결을 느끼며 나는 굳게 닫혀 있던 세상으로 기꺼이 첫발을 내디뎠다.
그 길 위에는 나침반도 지도도 없었다. 오직 내 안의 목소리만을 따라야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두려웠지만,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자유가 멈춰 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밴드 음악과 조용한 피아노 연주곡 중에 무엇이 내 마음을 더 두드리는지, 쨍한 파란색과 부드러운 초록색 중 어떤 색이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하는지. '살아있다'는 말의 의미조차 잊은 채 체념 속에 잠겨 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나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온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따스한 햇살이 말없이 내 어깨를 감싸주었다. 오랜 시간 웅크렸던 몸과 마음에 스며든 한기가 그 온기 속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마치 세상이 괜찮다고, 너의 시작과 도전을 축복한다고, 온몸으로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햇빛이 당신의 시작과 도전을 축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