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by 슈펭 Super Peng

이천의 논두렁 길을 걷다 보면, 혹은 정갈하게 굽어낸 도자기 마을 어귀에서, 이름 없는 풀 한 포기가 고개를 흔든다. 바로 강아지풀이다. 화려한 벼 이삭들 사이에서, 또는 단아한 백자의 곡선 옆에서,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몸을 맡기는 작은 영혼. 그들의 흔들림 속에는 이천의 넉넉한 흙 내음과, 오랜 시간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온 평화로운 기운이 스며 있는 듯하다.
강아지풀은 굳이 자신을 드러내려 애쓰지 않는다. 흙의 품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맑은 이천의 햇살과 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소박하게 자라난다. 마치 장인의 손끝에서 빚어져 가마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는 도자기처럼, 거친 바람에도 휘청이면서도 결코 부러지지 않는 유연함을 지녔다. 그들의 보드라운 이삭은, 풍요로운 쌀의 고장에서 만나는 가장 겸손한 아름다움이다. 논밭을 감싸는 낮은 야산의 능선처럼, 튀지 않으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존재.
이천의 강아지풀은 경쟁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도시의 삶과는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그들은 흙과 바람, 햇살에 순응하며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함을 보여준다. 벼가 익어가는 노란 들판 위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모습은, 화려한 성취만이 가치 있다고 외치는 세상 속에서 '느리게 살아가기'와 '작은 것에 만족하기'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들의 존재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평화롭다'는 이천의 고요한 지혜를 닮았다.
따뜻한 마음으로 강아지풀을 바라보라. 그 작은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이천의 너른 들판처럼 편안하고 넉넉한 위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삶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바람에 몸을 맡긴 강아지풀처럼 유연해지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가장 평범한 것에서 발견하는 가장 깊은 평화. 이천의 강아지풀은 오늘도 우리에게 그 소중한 진실을 조용히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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