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쓰레기를 이고 진 삶

버려졌어야 할 감정을 등에 지고,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

by 고요한 방

감정 쓰레기, 그리고 썩은 줄

나는 쓰레기 보따리를 이고 지고 살았다.
그건 바로 감정 쓰레기.

내가 이고 지고 있을 나이도 아닌데,
나는 어른들이 던진 감정의 쓰레기 보따리를 짊어진 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너무 무거웠고, 너무 아팠고,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나는 살아왔다.

청소년기, 나는 반항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손에 다시 채찍을 들려주며
그 무거운 보따리를 계속 들라고 했다.
나는 또, 들었다.

그러다 병이 났다.
마음의 병. '우울증.'
그들은 나를 병원에 데려갔고, 약을 먹여가며
여전히 감정 쓰레기를 내 등에 얹어두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성인이 되었다.
감정 쓰레기를 짊어진 나에게 돈이라는 숙제가 생겼다.
감정을 짊어진 채 걷는 나에게
이제는 돈을 달라고, 책임을 지라고, 부탁을 하고, 요구를 한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비상구로 탈출했다.
그게 탈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 허리엔 여전히 썩은 줄이 감겨 있었다.
나는 그 썩은 줄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 줄을 안고 가정을 꾸렸다.

그러자…
그 줄에서 나는 썩은 냄새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 집안 곳곳으로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편은 말했다.
“그 냄새 좀 그만 나게 해. 제발 그 끈 좀 끊어.”
아이는 말했다.
“엄마, 그 줄… 무서워.”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눈을 가리고 코를 막았다.
아무것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못 맡은 척했다.
그러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나는 손가락을 벌려 눈을 떠보았고
코도 한쪽을 열어보았다.

그 냄새.
어릴 적,
내가 맡았던 감정 쓰레기의 냄새.
그 냄새가
지금 내 아이에게, 남편에게, 우리 집안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나는 손을 저어가며 냄새를 없애려 노력했다.
세탁비누로 썩은 줄을 닦아가며 깨끗하게 해보려 애썼다.
결국, 나는 지쳐 바닥에 주저앉았다.

땅에 누워 하늘을 봤다.
하늘엔 아이의 얼굴이, 남편의 얼굴이 있었다.
그들은 울고 있었다.

내가 끊어내지 못한 줄 때문에
그들은 쓰레기장 같은 냄새 속에 살아가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도
그 사람들은,
나에게 여전히, 쉽게, 가볍게
또 다른 감정 쓰레기를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그걸 줍고 있었다.

나는 문득 물었다.
"내가 왜 그걸 감당해야 했을까?"
그 줄을 조금씩 잘라내고 있다.
허리에 감긴 줄을 긁는다.
아프다.
정말 아프다.
줄이 살에 파묻혀 있었기에
그걸 끊어낼수록 살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

그런데,
그 무게에 굽었던 허리는 조금씩 펴지고
그 냄새는 멀어지고 있다.

숨이…
전보다 깊게 쉬어진다.
조금… 살 것 같다.

그런데
이건 모두 상상이었다.

나는 아직도,
오늘도,
배달 포장을 뜯는 아주 작은 플라스틱 칼로
내 허리에 감긴 줄을 긁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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