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7월 장마철이라 가랑비부터 폭우까지 비가 참 많이도 온다. 달리기를 하기에 7월은 좋을 수도 좋지 않을수도있다. 장마철에는 햇볕이 뜨겁지 않아 습한 것만 참으면 된다. 뛰고 난 후 씻으면 개운하다. 장마철이 끝나면 무더위와 강한 햇살 때문에 새벽 5시부터, 혹은 그 전 시간에 뛰지 않으면 안 된다. 늦은 밤에도 열대야 때문에 아스팔트와 도로가 열기를 품어 내기 때문에 뛰기 힘들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달리기 마일리지를 쌓아야한다.
토요일 아침,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아 여유로운 아침이다. 새가 우는 소리에 눈이 떠졌지만 조금 더 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다. 잠깐 눈을 감았는데 시계는 학교1교시 수업시간처럼 훌쩍 지났다. 급하게 옷을 입고 밖을 나왔다.
부슬비가 조금씩 내린다. 이 정도면 뛸 수 있지만 고민한다. 아파트 지하 헬스장으로 갈지 아니면 집 앞 갈매천으로 향할지. 일단 지하로 갔다. 헬스장 앞에 가만히 서서 잠시 또 고민한다. 들어갈지 이대로 나갈지. 들어갔다. 실내에서 사용하는 운동화를 신고 온 것이 아니라 바닥매트에 발을 여러 번 움직이면서 운동화 밑창의 더러운 부분을 닦아본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나 없나 눈치도 조금 보면서 쓱~러닝머신 기계 위에 올라선다. 그때까지도 고민은 이어진다. '나갈까? 비가 오나?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있나?' 빨간 우산을 쓴 아주머니 한 분이 멀리서 지나간다. '그래! 오늘은 러닝머신이다.' 마음을 잡고 1기로를 뛰기 시작했다. 또 고민이다. 부슬비 정도는 맞아도 되지 않나. 지난여름 소나기가 내리는 중에도 뛰었는데. 밖으로 나왔다.
주로에 섰다. 바닥을 확인하니 다행히 큰 물 구덩이도 없고 미끄럽지도 않았다. 습하지만 바람이 불어 뛰기 좋은 날씨였다. '좋은 선택이었어' 스스로를 위로하며 뛴다. 2키로 넘게 뛰다보니 힘들다. 또 시작된 선택의 상황. '잠깐 걸을까? 아니야 계속 뛰자.' 공사로 인해 길이 끊겼다. 막다른 길 앞에서 유턴을 하면서 속도를 줄였다. 줄인 김에 걸었다. 뛸지 계속 걸을지 또 생각한다. 뛰러 나왔는데 뛰어야지. 속도를 내었다.
시간은 점점 8시를 향해갔다. 동네에 단골 커피숍이 아침 8시에 문을 연다. 어디까지 뛰고 커피를 사고 집에 가야할지 생각했다. '이 길 끝 언덕까지 뛰고 올까? 아니면 가는길에 그만 뛰고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을 하다보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앞에 다리가 보였다. 다리밑에서 비를 피할수가 있었다. 그곳까지 뛰어갔다. 반대편에는 산책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고 있었다. 나는 또 고민했다. 비가 그칠때까지 여기서 기다릴지 아니면 집까지 남은 1키로 정도를 뛰어갈지. 그냥 뛰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비는 그쳤다. 커피 생각이 이어진다. 가게에 가서 커피를 살지, 집에 있는 커피를 마실지. 결국 빈손으로 집으로 왔다.
오늘 아침 1시간 동안 있었던 일이다. 일어나 달리기를 할지 말지, 어디에서 뛸지, 걸을지 뛸지, 커피를 마실지 말지, 비를 피하면서 기다릴지 그냥 갈지, 그리고 집에서도 고민은 이어졌다. 바로 씻을지 뭔가를 먹고 씻을지, 쌓여있는 책 중 무슨 책 부터 아침에 읽을지, 빨래 건조기에 빨래를 표준으로 할지, 소량급속으로 할지... 생각해보니 하루를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민과 선택을 한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선택일지 몰라도 이런 선택들이 모여 나의 하루가 완성되었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습관이 되어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되었다.
아침에 계속 잘지 운동을 갈지의 선택에서 운동을 선택하면서 아침형 운동하는 인간이 되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는 선택을 하면서 지금 나는 매일 커피 한 잔 혹은 두 세잔씩 마시는 사람이 되었다. 아침에 읽은 책 구절 하나가 하루 종일 생각이 나는 경우도 있고 그 생각이 또 다른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소한 선택이 좋은 쪽으로 향하게 되면 긍정적인 습관이 만들어지고 더 나은 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되었다. 좋은 습관이 쌓이게 되면 하루가 뿌듯해지고 그 하루가 쌓여서 한 달, 일 년이 지속이 되면 내 인생이 되는것이고 나의 경험으로 쌓이게 된다.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판단하고 생각하고 결정한다. 선택을 한다는건 의식을 가지고 사는것이다. 매 순간의 선택마다 주인공이 내가 된다는건 책임지는 인생을 사는것이다. 그것이 곧 우리의 존재가 된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떻하냐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 또한 본인의 선택이니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좌절하지말고 잘못을 인정해야한다. 잘못을 받아들이고 고치려고 노력할 때 더 나은 내가 되어간다. 이것이 삶이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결정하게된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가능성과 선택들 앞에서 상황에 맞게 올바른 선택들을 하며 일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싶다. 이 글을 쓸지 말지 고민하다 쓰기로 선택했다. 잘 선택한것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