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날씨를 안 탄다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좀 탄다.
근데 방법이 있다. 계절마다 딱 하나씩만 알면 된다.
봄 — 미세먼지, 10분이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처음엔 미세먼지를 별로 신경 안 썼다. 어차피 10분인데 뭐 어떨까 싶었다.
근데 10분이 반복되다 보니 슬슬 목이 칼칼해지고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10분이라도 매일이면 얘기가 달라지더라.
미세먼지 심한 날엔 마스크 하나, 선글라스 하나 챙기는 걸 추천한다. 아니면 뛰고 와서 꼭 씻는 것만으로도 꽤 다르다. 그리고 가끔 삼겹살 한 판으로 먼지를 내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건 핑계가 아니라 진짜 추천이다.
여름 — 바쁜 직장인에게 사실 제일 좋은 계절
여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리기 계절이다. 옷이 가볍다. 준비할 게 없다. 그냥 나가면 된다.
문제는 해가 너무 쨍쨍하다는 거다. 낮에 뛰면 금방 지친다.
그래서 여름엔 새벽이나 밤을 쓴다. 나는 새벽 4시에도 뛰었고, 밤 11시 12시에도 뛰었다. 처음엔 나만 있는 거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사람이 꽤 있다. 귀신이 아니니 무서워하지 말자.
특히 바쁜 직장인한테 여름 새벽이나 밤 달리기는 진짜 좋다. 아무도 없고, 조용하고, 10분이 유독 길게 느껴진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그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인 느낌이다.
가을 — 달리기의 계절, 이건 진짜다
9월 말부터 10월, 11월. 이 시기가 달리기의 황금 시즌이다.
호흡이 안 달린다. 바람이 딱 좋다. 옷은 가볍게 입고 바람막이 하나 툭 걸치면 끝이다. 대회도 이 시기에 몰려있는 이유가 있다.
겨울잠 자기 전에 활동량을 왕창 늘리듯, 가을 달리기는 몸도 마음도 제일 신나는 계절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을에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첫인상이 좋아야 오래 간다.
겨울 — 솔직히 제일 힘들다
겨울은 어렵다. 나도 겨울이 제일 싫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밖에 나가기가 유독 무겁다. 그래서 겨울엔 헬스장 러닝머신을 쓰기도 하는데, 10분 하러 헬스장 가기는 좀 과하다 싶기도 하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한다. 그냥 가볍게 입고 10분 산책도 괜찮다. 뛰지 않아도 된다. 매일 10분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겨울엔 충분하다.
여유가 생기면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30분도 좋다. 러닝머신이 밖에서 뛰는 것보다 조금 쉽다. 이유가 있다. 내가 가기 싫어도 기계가 알아서 움직이니까. 발이 따라가게 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달리기는 4계절 내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같이 뛸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탁구처럼 상대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 혼자, 아무 때나, 어느 계절에나 할 수 있다.
매일매일이 뛰기 좋은 날이다. 날씨가 아니라 마음이 준비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