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는 친구가 물었다.
"러닝화 사야 해? 무릎이 좀 안 좋은데 보호대도 해야 하나?"
아마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질문일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친구에게 내 대답은 이랬다. 일주일만 먼저 달려보고 결정해.
*러닝화
일주일 먼저 달리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러닝화는 사야 한다.
처음부터 살 필요는 없다. 집에 있는 신발로 일주일 먼저 달려보고, 그다음에 결정해도 충분하다. 내 주변에 사람들은 일주일 혹은 한 달 넘게 신고 달린 적도 있다. 서둘러서 운동화를 사지 않았다. 10분씩 일주일이면 달리기가 나한테 맞는지 아닌지 느낌이 온다. 그때 사도 전혀 늦지 않다.
살 때는 자신의 치수보다 꼭 큰 사이즈를 추천한다.
나는 처음에 발 사이즈가 250인데 255로 샀다. 약간 크게 사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얼마 안 가서 발톱에 멍이 들었다. 그 멍이 다 빠지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송파에 발 치수를 제대로 재어주고 운동화를 파는 매장이 있다. 네이버로 예약도 가능하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잠실 롯데월드 안에 있는 호카 매장에서 처음 치수를 재봤다. 양발 길이가 꽤 차이가 났다. 내 주변 사람들도 발 사이즈가 같지 않았다. 매장에 다녀온 사람들은 러닝화를 10mm가 아니라 15mm 크게 신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지금 265를 신는다. 원래 250이었는데. 요즘 운동화를 사러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여성 사이즈 신발을 사러 가면 항상 발이 커서 선택지가 적었다. 이쁜 건 다 245까지가 최대 사이즈다. 신을 게 없다. 남성 사이즈 265 정도면 선택지가 넓다. 나는 요즘 그냥 남성 사이즈로 산다.
오래 뛰다 보면 발톱에 멍은 어느 정도 든다. 그건 어쩔 수 없다. 근데 치수만 제대로 맞춰도 훨씬 낫다.
*무릎 보호대
친구가 왼쪽 무릎이 안 좋다고 했다. 요즘 일자로 나오는 보호대도 있던데 해야 하는지 물었다.
나는 보호대를 안 한다.
사실 나는 20대에 연골모세포종양으로 수술을 했다. 무릎이 안 좋은 사람이 달리기를 한다고 하면 의아하게 볼 수도 있다. 나도 뛰니 달리기는 모두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내가 보호대를 해보니 너무 답답했다. 나는 최대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뛰고, 보호대는 안 한다.
보호대를 멀리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호대가 있어야만 뛸 수 있다는 느낌이 생기면, 그게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친구한테도 일단 바른 자세로 달려보고 결정하라고 말했다.
보호대보다 자세가 먼저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건 대부분 자세에서 온다. 자세가 잡히면 생각보다 무릎이 버텨준다.
물론 진짜 부상이 있거나 통증이 심한 사람은 얘기가 다르다. 그런 경우엔 보호대가 필요하다. 개인차가 있고, 자기한테 맞는 보호대가 따로 있다. 이것저것 써보는 수밖에 없는데 꼭 뛰고 나면 며칠 사이에 몸에서 이상신호가 온다. 의사에게 전문 상담을 먼저 받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보호대는 도구다. 도구에 의존하기 전에, 몸이 스스로 버틸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장비보다 먼저인 게 있다. 일단 나가보는 거다. 일주일만 달려보면 내 몸이 뭘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 알게 된다.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