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by 박유진

잠들 수 없는 날이 있습니다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 때요

불 꺼진 천장은 언제나 높은 듯 낮았고 누운 채로 넘어져 코가 부러졌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옷핀이 박힌 손가락이 피 흘린다면요

검붉은 진흙이 지워지지 않아 얄팍한 천을 비비며 눈물을 짜내야 하며

그대로 아침이 오면 두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지요


나도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주 깊은 생각이요

헤어진 두 사람이 마침내 다시 만나고 똑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면

그것보다 멍청한 일이 또 어디 있겠냐며 얼마나 비참하겠냐며

그러나 재회는 이별보다 가슴 저미는 일이므로

해후는 언제나 인간의 감성을 건드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유도합니다

이제 어쩌실 건가요 생각은 해보셨나요

누구는 마지막 기회라고도 합니다 지금 이 시간을요

잘 선택하세요 아무도 당신을 비난하지 않아요 다만 당신이 후회할 테니

소중히 하세요 언제 땅 밑에 묻힐지 모르니


잘 선택하세요

해후는 언제나 당신 곁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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