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꾸는 꿈

by 박유진

들어봐, 이건 내가 어릴 적 이야기야 궁금하지 않더라도 너는 듣고야 말겠지

산골에 있는 할머니 집에는 다락방이 없었어 마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낡고 먼지 쌓인 다락방

내가 상상했던 것들은 말 그대로 허상이었어 하나도 진짜인 게 없었지

마당에 묶인 강아지도 건초를 먹는 소도 조그만 밭에서 자라는 상추도 모두 거짓말


하지만 내 기억은 진짜였어 밤마다 내 배를 밟고 뛰어노는 송아지

송아지는 자유로워 보였고 진짜인 양 울음소리를 내며 나를 독촉했지 어서 일어나라고

난 일어나지 않았어 그럼 꿈에서 깰 까봐 진짜인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

누군지 모를 사람이 그건 다 가짜라고 했어 넌 할머니가 없다고 산골에 사는 할머니가

다락방이 있는 집도 강아지도 소도 상추도 모두

하지만 나는 봤잖아 기억하고 있잖아 그것들이 모두 내 안에 있다는 걸

침잠하는 눈을 뜨면 항상 소는 사라져 있었어 모두 가짜라서 그랬던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단지 그러고 싶어서

내 배를 터뜨려 죽여도 좋으니 나는 그 소가 진짜였으면 좋겠어 할머니도 강아지도

다락방도 사실 내 머리 위에 존재했을지 몰라 그저 너무 높아서 보지 못한 거라고

어차피 손이 닿지 않았을 거야 그때 나는 정말 작았거든 마당에 묶인 강아지처럼

그러니 모두 진짜였으면 좋겠어 모두 진짜였으면 좋겠어

내 배를 터뜨려 죽여도 좋으니

내 배를 터뜨려 죽여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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