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있다고

by 박유진

비가 그칠 적이면

구름 걷힌 하늘이 오히려 마음을 젖게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심장은 평소보다 무겁고

비가 와서 늦었다는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이 시기

나는 그즈음에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하나 둘 접히는 우산과 선선한 바람

묘한 비린내가 나는 공기와 웅덩이를 피해 걷는 사람들

나는 여전히 505호 창문 밖을 내다보았고

한 걸음 다가간 하늘은 조금씩 맑은 기운을 띠었다


빗줄기가 굵게 내릴 적

됐어, 어차피 천둥소리에 가릴 테니까

그런 핑계를 대며 끝까지 말해주지 않던 기억


그것은 ‘한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폭우 속에서도

여전히 천둥에 귀 기울여야 하는 사소한 이유를 만들었다

잘 들려, 들리지 않아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밝은 빛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비가 그치기 전에 들어야 할 것, 혹은 듣고 싶은 것

나 아직도 창문을 열고 있다고

그 문장 하나가 구름 걷힌 하늘을 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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