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구부정한 줄기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아직 펼치지 않은 책의 티끌처럼 영원까지 내려앉을 거야
선반에서 떨어진 인형과 그 빈자리
방치한 채로 낡아가는 택배 상자
그리고 입김에도 꿈쩍없는 먼지 따위는
15분 빠른 디지털시계의 소매를 그러쥐지 않았지
높은 천장에 붙은 날벌레 하나도
아무리 뻗어봤자 그곳에 있을 게 분명해서
그냥 두었어, 어차피 곧 사라져 버렸어
흐트러진 침대와 바닥에 벗어둔 외투
커피 자국은 여전히 향기롭고
장식처럼 세워둔 꽃다발은 여전히 서글퍼서
꺼낼 필요 없는 비관과 함께 몸을 웅크렸어
구부정한 줄기, 언젠가 이 날을 기억하면서
구겨진 셔츠의 얼룩처럼 돌이키지 못할 일로 돌아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