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지 않는 시대

by 박유진

어느 시대 하나가

아무리 가열해도 익지 않아서

핏물이 흐르는 날것을

그저 먹을 수밖에 없을 때


어느 시대 하나가

아무리 먹어도 사라지지 않아서

부푸는 배를 붙잡고도

그저 먹을 수밖에 없을 때


어느 시대 하나가

감당하기엔 너무 광활해서

아득한 정신이 흐려지고

그저 쓰러질 수밖에 없을 때


눈을 감기 전

이 시대를 명명한다

익지 않는 시대

피 흐르고 부풀고 아득한

익지 않는 시대라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빨간 라디오 위에 앉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