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없이 노래한다

by 박유진

그을린 손끝이 얼어붙고 날 미끄러뜨린다

취침 시간에 늦은 당신은 식탁 건너편에 앉아 있다

존재하지 않는 얼굴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지운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다 우리에게 시간은 있다


비린 목구멍이 불쾌함을 가속한다

당신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없는 입으로 미소 짓는다

남은 음식을 씹어 삼킨 나는 지저분한 입가를 닦지 않는다

흘린 척 바닥에 떨어뜨린 중요한 문장 하나

부러 밟아 짓이긴 치명적인 감정 둘

누구도 식탁 아래를 확인하지 않고 발을 뻗어 상대에게 닿는다

사랑스러운 창백한 체온

더 이상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


무엇이 사라졌는지 기어이 깨닫고 말았을 것이다

손 대면 부서지는 유약한 존재와 불에 탄 장기와 그를 닮은 비명과

그러나 당신은 노래한다 소리도 없이 가사도 없이

식탁에 엎드려 잠을 잘 때 당신은 곧잘 노래를 부르고는 했다


얼굴 없는 당신 목소리 없는 당신

잔잔한 자장가를 모방해 이토록 짙은 고통을 주는 당신

지나치게 다정한 음을 들으며 당신이 누구인지 생각한다


그을린 손끝이 얼어붙고 날 미끄러뜨린다

취침 시간에 늦은 당신은 식탁 건너편에 앉아 있다

존재하지 않은 채로 모습을 지었다가 지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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