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전

by 박유진

내일 지구가 사라질지 모른대도

엄마는 미처 쓰지 못한 기프트콘을 걱정했다


욕망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우주선에 몸을 태워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가버렸고

다리 여덟 개 달린 미련을 거미줄 속에 엮어놓았다


마지막 생명체인 해충은 덧바른 손톱을 갉아먹었다

벗겨진 매니큐어가 아직 마르지 않은 노란색 염료를 터뜨린다

풍족한 케라틴에 배가 부른 해충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식사에 축배를 들었다


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한 누군가는 대신 바다를 헤엄쳤고

누구는 산 정상에 올라 아래서부터 기어 올라올 부스럼에게서 도망쳤다

남은 사람에게는 남은 것이 없었다

오로지 비어버린 손뿐이다


나는 커튼을 닫고 침대 밑으로 들어가

먼지와 바퀴와 머리카락을 온몸으로 쓸면서

숨죽여 최후의 호흡으로 쿰쿰한 숨을 들이켤 때까지 기다렸다


손이 비었다는 것은

무엇이든 그러쥘 수 있다는 의미

멸망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아무도 멸망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글부글 치즈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