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비둘기
비둘기 하지만 비둘기가 아닌
나는 날지 못한다
다만 계단을 오르면 나는 기분이다
바닥은 기분을 든다
구름이 하늘을 떠받치듯
오직 떠있는 것만이 무엇인가를 들 수 있다
나는 죽어본 적 있을까
아니면 살아본 적 있을까
반지하에는 무엇이든 반만 있어
바닥이 없다
반만 보이는 트럭의 뒷문이 닫히는 소리는
타오르는 보일러의 배관과 함께
가늘게 열린 입 밖으로 빠져나간다
건너편의 웅성거림은 추위를 밀고하고
창밖에는 웅크리고 있는 비둘기가 있다
손발을 감추고 있는 죄악이 있다
수북히 쌓인 12월은
계절이 죽음의 낮이라는 것을 알린다
누군가는 전기가 끊기던 날
자신을 잊기로 결심했다는데
계단의 방향도 잊어버린 나는
웃음도 구름의 기분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