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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Jan 22. 2023

극복의 과정들 (5)

< 도전 편 >

그들과 가장 따뜻한 순간을 공유하다 (feat. 공동체 리더십 팀장)


우여곡절 끝에 복학 첫 학기를 마무리 짓자 안도감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 도전이 나타났다. 우리 학교에는 ‘팀제도’라는 특수한 교과목이 있다. 한 교수님 밑에서 전공 무관 약 40여 명의 학생이 공동체를 이루어 일 년 동안 지내는 ‘반(class)’ 같은 개념이다. 공동체 의식 함양이란 목표 아래 일주일에 한 번씩 팀 모임을 해야 하고, 같은 기숙사를 이용한다. 이 밖에 팀 프로젝트, 팀 특송 등 여러 가지 활동도 존재하기 때문에 잘 활성화만 되면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다.


과거에는 팀 제도로 마음고생을 했었다. 공동체에 섞이지 못하는 나 자신을 강제로 바라봐야 해야 했으니 말이다. 팀 모임 시간이 고통일수록 하나의 존재가 미칠 듯이 부러웠다. 바로 공동체 리더십의 팀장이었다. 학기 초에 팀원들로부터 선출되는 팀장은 대체로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는 마당발 같은 인물이었다. 팀장이란 존재는 주변에서 겉도는 나에겐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위대해 보였다.


감사하게도 복학 첫 학기에 만난 팀 공동체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처럼 군 복학한 또래 친구들이 많아서 수월하게 친해질 수 있었고, 신입생들과 선배들 모두 서로 배려하며 아꼈다. 기숙사에서 이들과 웃고 떠들고, 함께 매점에 가거나 야식을 시켜 먹는 모든 추억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일상의 조각들은 내 마음의 구멍을 메꾸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와 같이 평범하지만 결핍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었고,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다.


복학 후 1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2학기 팀장을 미리 선출하기로 했다. 사랑의 마라톤 행사를 무사히 마쳤던 일화가 인상 깊었던 한 구성원이 나를 팀장 후보로 추천했다. 막상 후보가 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팀장이 된다는 것은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자발적 추천으로 후보에 오른 사람과 나, 이렇게 이파전으로 투표가 진행됐고, 최종적으로 내가 당선됐다. 이렇게 두 번째 리더십 도전 기회가 찾아왔다. 친구의 제안이었던 전례와 달리, 이번엔 지인들의 선택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과거에 동경했던 팀장 직책을 맡게 됐다는 사실은 나를 설레게 했지만, 불안함은 여전했다.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잃으면 어떡하지? 나중에 나를 미워하진 않을까? 걱정과 근심이 앞섰다. 그래도 도망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두 번째 도전이 진행됐다.


직전 학기에 수행한 사랑의 마라톤 팀장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40여 명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변수였다. 각자의 관심사와 참여 의욕이 모두 달라서 팀 대표는 그들의 구심점이 되어야 했다. 다행히 나에겐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는 의욕이 가득했다.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찾아온 만큼 제대로 소임을 다하고자 다짐했다. 그래서 내 슬로건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팀장이 되자'였다.


대표적으로 '팀 음악회'를 기획했다. 팀원들 각자 팀을 구성하여, 한 학기 동안 노래 및 악기 연주를 준비하고, 학기 말에 음악회를 개최하는 구상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반발에 있었다. 과제하랴, 시험공부하랴 이미 바쁜데 연주회 준비란 부담까지 가중되니 저항이 발생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했다. 그들에게 소중한 기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음악회를 진행했고 이는 훗날 '모범 팀 활동'에 선정되었다.


성공적으로 끝낸 '팀 음악회'


이 밖에 희망하는 사람들과 경주 여행을 떠난다거나, 포항 죽도시장에서 염통 꼬치를 도매 급으로 떼 와서 같이 구워 먹는 등 주도적으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으로 모든 행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나의 제안들을 수긍해 주고 함께 어울려준 팀원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내 리더십을 다시 확인하고 공고히 만드는 과정이었다.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고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나만의 기획력과 추진력을 시험할 수 있었다. 사랑의 마라톤 팀장 경험 위에 또 다른 리더십 경험이 덧칠해지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더 견고해졌다.


함께 경주로 피크닉을 떠났다.


물론 어려움이 있었다. 내 의견이 무시당하진 않을까,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뒷담 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나를 빼고 사람들이 모이면 버림받은 건 아닌지 불안했다. 피해의식 때문에 상황을 확대하여 해석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여전히 거절하는 것이 어려웠고, 당하는 것도 두려웠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한 노력도 부단했다. 그래서 마냥 편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은 큰 위안이 됐다. 몇몇 관계는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각별하다. 이들과 공유한 추억들은 더 이상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로 작용한다.

(본격적으로 심리학 공부를 하며 나에 대한 탐색을 시작하고, 사회공포증을 발견한 시점이 이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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