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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Jan 31. 2023

극복의 과정들 (7)

< 도전 편 >

- '좋은 리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다 (feat. 상사 학부대표)


여름방학 종료 직전, 함께 선출된 부대표와 같이 시급한 업무를 처리했다. 그것은 학생회 임원을 모집하는 일이었다. 한 학기 동안 행사를 기획할 팀원들이었기에 설레면서도 불안했다. 리더로서 그들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그래도 반드시 관철하고 싶은 한 가지의 원칙이 있었는데, 바로 '임원 모두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었다.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을 했고, 그 결과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격려하는 역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팀원 한 명 한 명마다 신경을 썼다. 팀원들에게 예정된 학부 행사 리스트를 보여주었고, 각자가 희망하는 역할을 뽑도록 했다. 내가 모든 것을 주도하지 않고 팀원 모두에게 역할을 나누었으며, 그들이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행사의 취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보조했다. 그리고 행사가 무사히 종료되면 그 공을 팀원에게 돌리고, 문제의 책임은 내가 지고자 노력했다. 이는 곧 내 리더십을 연마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밤늦게까지 회의들을 거듭했는데, 그러면서 내면의 문제와 마주했다.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발동돼서 의견 마찰에 대해 단호한 대처가 어려웠다. 내가 상대의 의견을 반대하면 그가 나를 미워할 거란 두려움이 생겨서 항상 눈치를 봤다. 그의 눈빛은 어떤지, 숨소리가 격양되진 않았는지 비언어적 표식을 읽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온화하고 따뜻한 리더가 됐다. 한마디의 말도 친절하게 하는 '친구 같은 리더'가 된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는데 정작 쓴소리가 필요할 땐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해서 기강을 잡기가 힘들었다. 리더에겐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당당함이 필요하다는 배움을 새롭게 얻었다. 시도와 좌절을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좋은 리더란 개념을 정립하고 성장해갔다.


상사 임원단원들은 좋은 성품을 지녔다. 그들과 마찰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 의기투합하면서 나의 리더십에 잘 따라주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맡았던 학부 사업들이 모두 잘 종료되어 감사했다. '개강 MT', '학부 맨투맨 사업', '상사 영화제', '스승의 날 행사', '장애인의 날 행사' 등 한결같이 좋은 호응을 이끌어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개강 MT부터 학부 행사가 있으면 직접 진행을 했기 때문에 강단에 서는 일이 많았다. 과거 모교를 홍보하기 위해서 외부 손님들 앞에 섰던 경험은 있지만, 학부의 대표로서 마이크를 잡는 건 다른 차원이었다. 청중과 행사를 긴 호흡으로 이끌어가야 했고, 돌발 상황엔 민첩한 대처가 필요했다. 처음 개강 MT를 진행했을 때는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했다. 어설픈 모습에 바보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진행이 좋았다고, 너무 웃겼다고 오히려 칭찬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자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생각과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다를 수 있구나!"


행사 진행 경험이 늘어날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무조건 청중을 웃겨야 하는 강박감이 사라지고 여유롭게 농담을 던질 수 있었다. 항상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는 굴레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내 마음은 굳세게 단련되었다.


각종 행사 진행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학생과 교수 사이의 중재도 학부 대표의 역할이다. 학생들의 대표로 선출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반대로 교수진의 의견을 오해 없이 학생들에게 전달할 필요도 있다. 그래서 거리감을 느꼈던 교수님들에게 다가갈 기회가 많았다. 그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신임을 얻을 수 있었고, 교내의 권위자로부터 인정을 받는 경험을 통하여 자존감을 향상했다.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일 잘하는 사람으로 비치면서 '사회 부적응자', '능력 없는 사람'이라는 과거의 오명을 조금씩 지워나갔다.


상대방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던 나머지 자신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결과, 자아를 잃어버리고 교수와 같은 권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상대방을 실망하게 할까 봐 항상 전전긍긍 긴장했던 것은 당시의 한계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변화했다". 아직 과거 상처의 영향력이 남아 있지만 더 이상 나를 압도할 수 없다. 나는 전진했고 성과를 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과거의 공허했던 하늘이 이제는 넓은 가능성처럼 보였다. 더 멀리 날아갈 자신감이 생겼으며,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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