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배우는 나의 두 번째 청춘

by 호수

50대 후반, 전업주부라는 이름으로만 불리며 살아온 시간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족을 돌보는 일이 제 하루의 전부였지요. 어느 순간 거울 속의 제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엄마이자 아내지만, 정작 나 자신은 어디에 있나?’라는 질문이 밀려왔습니다.


주부로서의 시간은 분명 소중했지만, 그 안에 저의 꿈은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제 안의 빈자리를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작은 용기를 내어 새로운 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처음 시작한 것은 배움이었습니다. 오래전 대학에서 중도에 멈췄던 공부를 다시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지역 평생교육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온라인 강의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중도 잘 안 되고 ‘이 나이에 뭘 하겠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매주 조금씩 과제를 제출하고, 토론에 참여하면서 제 안의 뇌와 마음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건, 새로운 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젊은 친구들의 빠른 생각과 저의 느린 경험이 어우러지면서, 배움은 경쟁이 아니라 ‘나눔’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성장할 수 있구나’ 하는 감정은 제 인생의 활력을 되찾아주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늘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학습, 짧은 자격증 과정, 동네 도서관의 독서 모임… 그 어느 것이든, 내 삶을 ‘재시작’하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통해, 나이라는 숫자가 결코 장벽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돌아보면, 인생의 절반은 남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남은 절반을 나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배우고 있고, 내일도 또 다른 것을 배우며 살아갈 겁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습니다. 혹시 당신도 마음 한켠에 오래 미뤄둔 꿈이 있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그 꿈을 다시 꺼내어 볼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후반전은 오히려 더 깊고 단단한 색을 띱니다. 저의 작은 재도전처럼, 당신의 두 번째 청춘도 분명 빛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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