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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문의 Mar 29. 2023

[병원인턴] 병원 안에서 소소한 행복 찾기

행복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다

세상만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어디에서 살던, 어떤 일을 하건 결국에는 사람 사는 일일뿐이다.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일상을 자기 발전으로 해석하며 행복해질 수 있고, 여유로운 삶을 특색 없는 밋밋한 인생으로 해석하여 불행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처한 상황 속에서 의미를 찾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다.

행복은 인생의 목표를 향하는 길을 걷다가 간간이 발견하는 것이다.

마치 길을 걷다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좋은 풍경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복을 잡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지 않는 행복을 무심코 지나칠 수 있기에, 행복이 어디에 떨어져 있나 눈을 부릅뜨고 둘러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하는 건 '행복을 많이 발견하고 싶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행복해지는 것은 결국 습관으로 이어진다.

처음 하는 일도 배울 때는 힘들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쉬워지는 것처럼, 행복을 느끼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잘 알고 그런  상황을 늘려보고

또 예상치 못한 행복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해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빈도를 늘려가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점점 행복을 느끼기가 쉬워지고, 결국 습관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병원 지하 2층에는 '백 마당'이라는 가게가 있다.

나는 우리 병원에 와서 처음 보게 된 브랜드였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꽤 유명한 브랜드라고 했다.

내가 유행을 좇는 스타일도 아니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의 생활 터전이 지방이었다 보니 이런 신문물을 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제는 생활 터전이 서울이 되었으니 유행이라는 걸 좇아 보며 새로운 브랜드를 왕창 즐겨보련다.



백미다에는 여러 메뉴가 있지만, 그중 제일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스크림이다.

진한 생우유 아이스크림에, 버터가 가득 담긴 아이스크림콘의 조화

4000원이 넘는 가격에 매일 먹기는 부담스럽지만, 하루를 기운차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데에는 이것만 한 게 없다.

맛있는 음식으로 얻는 행복은 지속시간이 짧고 가볍지만 늘 확실한 행복을 보장해 주곤 한다.

룸메이트 형 덕분에 우리 당직실은 카페로 변했다

그것도 바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고급 카페로

커피에 진심인 동기형은 본인이 여행 다닐 때 쓰던 휴대용 핸드드립 세트를 우리 당직실에 쾌척했다.

거기에 커피 내리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는데, 형 덕분에 내 생애 처음으로 커피를 직접 내려보았다.

그라인더에 꽉 채운 원두를 갈아내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원두를 박살 내버리는 데에서 오는 쾌감과  코를 찔러오는 고소한 내음, 이러한 감각을 느끼며 나누는 담소

커피를 내릴 때면 쿰쿰한 병원 당직실이 한낮의 브런치 카페로 변하곤 한다.



포트로 뜨거운 물을 내리는 건 꽤나 세밀한 작업이었다.

물줄기의 굵기 조절, 내리는 속도, 종이필터에 닿지 않게 원두를 전체적으로 적시는 핸들링

래스팅 과정은 스테이크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드립 커피에도 래스팅 과정이 있었다.

핸드드립 커피가 다른 커피들에 비해 3000원이나 비싼 이유를 드디어 이해했다. 이건 고난도 기술의 영역이다.

이 과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냐에 따라 커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하는데,  슬프지만 카누에 길들여진 내 혀는 이런 것들을 감별할 레벨이 아직 되지 못한다.

우리 병원에서 일하는 6개월 동안 미각 수준을 올리고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실력을 키울 것이다.

인턴생활 중 소소한 목표가 하나 생겨 기쁘다.


이 형은 집에 있는 차까지 당직실에 쾌척했다

이 정도면 집에서 있는 살림 없는 살림 다 챙겨서 나온 거 같은데.. 나야 고마울 따름이지

1837 TWG TEA

백화점이나 카페에서만 보던 고급차가 이제는 당직실에 넘쳐난다.

TAVALON이라는 브랜드도 새로 알게 되었다.

가양 차를 다루는 해외 브랜드인 것 같은데 오설록의 해외 버전이라고 나 할 수 있으려나? 향이 꽤 괜찮았다.

늦은 밤 차 한 잔 마시며 재즈음악을 듣는 게 삶의 낙인 나는, 좋은 동기 덕분에 한층 더 행복하게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생일을 맞은 동기가 있으면 당직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조촐하게 생일파티를 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챙길 건 챙겨가며 살아야 한다.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들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조미료가 된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가더라도 설날에는 떡국을 먹고, 추석에는 송편을 먹고, 생일에는 케이크를 먹어야 한다.

귀찮다는 핑계로 시나브로 타성에 젖어가는 삶은 안타까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모여도 모두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10분이 채 안 된다.

치킨 몇 조각 먹다 보면 누군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하고 한두 명씩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떠난다.

그렇다고 남아있는 마음 편히 피자를 먹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한 움큼 피자를 욱여넣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처방을 낸다.

그렇게 6시 30분에 시작한 생일파티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은 채 그날 밤 12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정규 근무를 끝내고 인턴 동기들과 병원 앞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당직실 안에서도 얼굴을 계속 보지만 병원 밖에서 만나는 건 또 색다른 느낌이다.

먹는 것도 다르고, 마시는 것도 달라서 그런가? 다들 한층 얼굴색이 밝아지고 얼굴에 미소가 만연해있다.

가톨릭대학교 출신들은 PK 실습도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하기 때문에 이미 병원 주변의 맛집을 모조리 꿰고 있다. 나는 그저 동기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실패 없는 맛집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오늘 하루 뭐가 힘들었는지, 우리 과는 어떤지 등등 이야기꽃을 피우며 맥주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시곗바늘은 밤 11시를 향해있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아쉬움을 남긴 채 일어난 후 다 같이 쪼르르 당직실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입사 전 전년도 인턴장 선배님이 해준 말이 있다

인턴생활을 하며 본인의 만족감과 본인의 행복은 본인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인턴 한 달 차인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셨는지 이해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더라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학생 때처럼 칭찬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또 과도한 열정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있으며, 100번 잘하는 것보다 1번의 큰 실수가 치명적인 것이 직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또 본인의 일을 잘 마무리한다는 가정 하에, 본인의 행복을 스스로 찾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이 승자이지 않을까?

직장 생활을 하며 본인의 행복에 대해서 새로 골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같으니, 직장에 들어오기 전 온전히 본인이 행복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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