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나 4대강 완주는 했어도, 제주도는 처음이거든요."
버프로 입을 가렸기 때문일까? 잠깐 올라갔다 내려간 입꼬리 주변이 간지러웠다. 눈꼬리도 잠깐이지만 내려갔다 올라왔고. 잠깐이나마 느낀 동질감 아래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있었다. 겹치는 여행과 그렇지 않은 여행들. 대표적인 여행이라면 국토종주이리라.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학생 때만 해도 국토종주를 떠나는 이들이 간혹 있었다. 대학 선배나 중고등학교 동창처럼. 각각 픽시와 하이브리드로 떠났고, 대부분의 라이더들도 로드바이크로 떠난다고 들었다. 빨리 끝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에게 독종이라는 소리를 들었나 보다. 무모한 사람이라는 말도 간혹 들었고. 30만 원 조금 안 되는, 소위 철티비로 완주했으니까. 지금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고. 실제로도 그 자전거로 떠나는 여행들이 쉽지는 않았다. 내 잘못이 8할 이상이었으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세상을 좁게 보았다. 한강 초반에서 좀 탄다고 나머지를 우습게 봤으니까. 자전거 커뮤니티에서도 눈팅만 하고 말았고.
남산이나 북악산에 도전했을 때도 그랬다. 서울대 오르막도 마찬가지였고. 집 근처 하늘공원이나 신촌서 이대로 넘어가는 언덕 좀 오른다고 모든 걸 만만할 거라 생각했으니……. 근성 정도라도 조금 기를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조차 없었다면 평생 서울이나 남양주 정도만 돌아다니다 끝났을 테니까. 물론, 몸이 고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숙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냉수마찰을 하듯. 그래야 팔다리의 열기가 빠져나가니까.
이렇게 해도, 며칠이 지나면 팔 위로 얇은 막이 올라왔다. 어느 순간이 되면 흩날렸고. 뱀이나 무족도마뱀처럼 한 번에 벗길 수 있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깔끔하게 막을 벗긴 팔은 그렇지 않은 팔보다 덜 신경이 쓰이니까. 청소할 때도 그렇고. 만약 몸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면 그 흔적 또한 소장했을지도 모르겠다. 몇몇 브리더들이 그렇듯. 특히 파충류나 절지류 쪽 애호가들이 그렇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파충류나 절지류는 성장하면 제 외피가 늘어나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탈피각 모음은 이들에게 일종의 성장일기 같은 거고.
우리의 팔다리는 그렇지 않으므로 굳이 소장할 필요는 없으리라. 애초에 몸에 대한 애착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그러나 성장한다는 점은 동일하지 않을까. 어느 쪽이 성장하는지는 다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모든 일들이 그런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속담이나 심리학에서도 이런 현상에 대해 뭐라 설명하려 했고.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이나 긍정 편향이라는 용어처럼. 특히 후자의 경우는 우리가 생존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화했음을 설명하는 용어이기도 하다나.
그런 점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은 생존과 별개의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진행 중, 혹은 시작조차 하지 않은 4대강 여행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을 때의 느낌은 국토종주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직접 접한 적이 없는 곳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의문 하나가 종종 고개를 내밀었다. 떠났다면 이런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을지에 대한…… 의문. 왜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뜻이었으니까.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그 순간이 죽기 직전일지도 모른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게 죽음이니까. 여행을 떠나다 죽을 수도 있고. 웹페이지의 기사 섹션을 보면 가끔 그런 경우들이 있지 않은가. 결혼식 직전에 뺑소니니 뭐니 하는 식으로. 그렇다고 너무 긴장한 상태나 그 반대의 상태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불안과 관련한 자기 계발 서적에서도 말하지 않던가? 우리가 생각하는 일들 중 99%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반대로 설마가 사람을 잡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순간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모든 걸 알면 재미없기 때문일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종이가 아니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하고 싶었다. 죽음이 언제 찾아오든,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령 그 순간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에 찾아온다 해도.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음은 알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이질적인 느낌이고. 죽었다는 감각을 직접 느낀 사람은 드무니까. 느꼈어도 느꼈다 말할 몸 상태가 아니고. 그래도 지금은 그런 느낌을 떠올릴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파란 선을 따라 페달을 밟으니 용두암 인증 부스가 보였으니까. 명절 연휴라며 문을 닫은 인증센터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