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떠올릴까

by chldew

풍경이 단조롭다 말은 했지만, 사실 일상과 비교하면 그렇지 않았다. 집 근처 어디에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목적이라도 다양했다면 조금 괜찮은 시선을 보낼 수 있었을까.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함을 알고는 있음에도…… 익숙해지지는 않는 목적이었기에 더더욱. 어디에도 부족함은 없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사라질 뿐이니까. 이를 거부하기 위한 움직임도 가끔은 보였다. 평범하기만 한 공간에 뭔가를 채우거나 기존의 개념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식으로. 아니면 다른 강점을 보이거나.


그럼에도 무너지는 곳들이 종종 있었다. 톨스토이가 그랬던가?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나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고. 도시의 건물들도 이와 비슷했다. 성공한 건물들에는 그만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다른 무엇인가를 조금씩 채웠다. 실제로 몇 년 전에 피자집을 차린 지인도 이와 비슷하게 말을 했다.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본질을 생각하지 않으면 무너진다고. 그러지 않으면 매출이 안 나오는 초창기에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그게 된 뒤에야 차근차근 발전하는 거고.


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았다. 무위자연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실제 뜻은 자신이 하는 행위 그 자체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도록 한다는 뜻이었다. 뭐라 말로 설명하기는 복잡했지만……. 그래서 과연 그러고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리라. 돈벌이만 해도 그러니까. 돈벌이는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벌수록 더더욱 벌고 싶고, 그게 우리에게는 익숙했다. 이후의 허무감은 낯설지라도.


이런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게 정상이고. 힘듦이 익숙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그것대로 지치기에? 어느 쪽도 딱 떨어지는 대답은 아니다. 힘들 때는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말이나 순간에 집중하라는 말처럼 논리를 보충하는 말들은 있지만. 하지만 이런 이질감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느 쪽을 따라가라 말하기도 어렵고. 자연의 흐름과 인간의 삶은 각자의 길을 너무 오래 걸어왔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속한 걸까. 그조차도 지금은 모르겠다.


조금 지쳐서 그런지, 아니면 더는 생각이 확장할 생각이 없기 때문인지도…… 마찬가지로 모르겠다. 차라리 지금 생각들을 다 해방하면 나아질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통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고 싶었다. 생각하는 행위를 통제하면 반발심이 생긴다니까. 지금까지의 기록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아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면 지금 떠올리고 싶은 생각은 무엇일까. 떠올렸거나 앞으로 물을 것들은 무엇인가. 그 이전에 우리는 왜 생각을 하는가. 모두 다 페달을 밟다 보면 찾을 수 있으리라 믿고 싶었다.


그럴수록 달리는 소리는 커지고, 가슴속에서는 뭔가가 점점 더 많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릴 때의 기억이나 최근의 기억 등등……. 생각보다 제주도를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일까? 기억들도 어느 정도 강렬했고. 낯설지만 낯설지만은 않았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기억하는 장소들 중에는 사라진 지 오래인 곳들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기억 속에서는 그 장소가 남아있다. 그만큼 해당 장소와 관련이 있는 기억이 강렬했던 걸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간에. 그런 점에서 어떤 기억도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뭔가를 떠올리는 행동도 이런 생각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그만큼 사람이 살아난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만약 살아있지 않다면 이런 행동들을 할 수 있었을까. 뭔가를 인식하거나. 그럴 때마다 조금은 안도했다. 어떻게 살 것인지도, 조금이나마 감이 잡혔고. 단지 그 길을 누군가에게 보여줬을 때 어떻게 취급을 받을지가 걱정일 뿐이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쪽보다는 나으리라. 그랬다면 지금 이 여행은 무의미하지 않았겠냐 묻듯 눈앞에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 비슷한 게 보였다. 해거름마을공원이라는 글자가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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