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by chldew

에이드가 생각난 건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파는 에이드가 아닌, 카페에서 직접 담은 청으로 만든 에이드 말이다. 물론 커피를 먹어도 괜찮았다. 만차인 랜디스 도넛의 주차장을 지나친 이후의 풍경은 내내 지루했으니까. 더군다나 지금 하는 여행은 자전거 여행이다. 이런 여행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만큼 괜찮은 각성제가 어디 있을까. 실제로 운동 직전이나 도중에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효과적인 운동에 도움이 됨을 생각하자 더더욱 목이 말랐다.


하지만 모 카페에 들어가서 시킨 건 패션후르츠 에이드였다. 원래 자전거 여행 중에는 음식, 특히 꿀이나 엿처럼 끈적한 느낌이 나는 단 맛을 싫어한다. 에너지 보충에는 효과적이지만 먹은 후에는 단내가 더욱 강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커피를 시킬까 하는 망설임 또한 이런 이유와 연관이 있었고. 그럼에도 에이드를 시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커피를 마신 후에는 이 여행을 운동으로 인식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마침 에이드도 단맛보다는 새콤한 맛이 강해 상큼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물론 이 여행이 자전거 여행이므로 여행이라는 말만 붙은 운동임은 알고 있다. 운동을 나름대로 하지 않았다면 떠나지 못했거나 떠나도 금방 포기했으리라는 생각도 하고 있고. 하지만 여행이라는 말이 붙은 순간, 이 운동은 여행의 속성도 지닌다. 그걸 고루 인정할 때 비로소 여행이 되는 거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운동과는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운동의 기본적인 특징은 유지하되 여행의 특징도 공존하는 느낌으로. 그걸 만들 수 있는 건, 결국 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뿐이었다. 방식이 다를 뿐이고.


이런 행동이 내게는 그 방법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일상이라면 찾지 않았을 음식을 찾는 것. 실제로도 일상에서는 커피가 에이드나 차보다 익숙했다. 고교생 때 처음으로 먹은 커피는 써서 찾아먹지 않았고, 대학생 때도 카페라테를 주로 마셨다. 가끔 캐러멜 마키아토를 마시기도 했지만…….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아메리카노가 더 익숙해졌고 이제는 하루에 한 잔은 마셔야 했다. 운동할 때든 아니든. 정말 생각이 날 때나 밤을 새울 일이 있으면 1L 정도를 마시기도 했다. 그래도 잠은 찾아왔지만.


하지만 이렇게 해도 여행을 여행이라 느끼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자주 가는 곳을 갈 때라든가 낯선 곳을 가도 익숙한 느낌을 받을 때 등등. 제주도가 요즘은 익숙한 곳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다가왔던 걸까.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제주도는 낯선 곳이었다. 처음으로 방문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중고생 때 한 번씩은 방문했다. 코스도 무조건 겹칠 수밖에 없었고. 주상절리나 오름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곳이라면 무조건 그랬다. 교실에서 하는 공부보다 살아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물론 낯선 곳들만 계속 다녀도 여행이 되지 않으리라.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익숙한 곳들만 다닐 때보다 오래가기에 그렇지 않다고 느낄 뿐이지. 왜,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계속해서 자극적인 것만 찾다 보면 결국에는 뇌가 망가진다는……. 이런 말들이 아니라도 자극과 관련한 이야기들은 많았다. 멧집이 느는 거나 간을 계속 보면 맛이 너무 자극적이게 되는 일들 등등. 실제로 어느 순간이 되면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무엇인가를 찾곤 하지 않는가? 어릴 때 맛이 없다 느낀 것들이 맛있어진다는 식으로.


내게는 언제 이런 느낌이 올지 모르겠다. 아직은 젊기 때문일까? 더 많은 걸 보며 살아도 괜찮을 때이자 아직 직접 겪지 않은 내용들이 많은……. 그래서 미트파이도 시켰나 보다. 만든 지 조금 되어서 그런지 테이블 근처를 얼쩡대는 파리 때문인지 맛은 기대 이하였지만. 허기는 채울 수 있는 사이즈였다는 점과 접하기 쉽지는 않은 음식을 접했다는 점 정도가 위안일까. 에이드도 패션후르츠 알갱이만 남기고 떠난 지 오래라 남은 건 모두 입으로 털어 넣었다. 그제야 지나쳤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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