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m를 더 달리면 애월항이라는 말이 있었다. 금일 들러야 하는 인증센터도 두 곳만이 남았고. 그제야 허기가 슬슬 올라왔다. 조금은 달린 걸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었다. 중천에 가까워지는 해가 발하는 빛이 그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소까지의 거리를 보니 세 시간 반은 달려야 했다. 어떻게든 숙소야 도착할 수 있겠지만, 기왕이면 빨리 도착하고 싶었다. 아직 남은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달이 뜬 시간이었다면 생각이 달랐을까? 많은 라이딩을 다닌 건 아니지만 달보다는 태양이 더 좋았다. 일상 속에서는 밤을 더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침 애월이라는 곳도 한자로 쓰면 물가 애涯에 달 월月이었다. 물가와 달……. 물가와 달이 같이 있는 경우는 제법 많았다. 고전시가나 시조는 물론이요 ost나 클래식까지. 한국적인 요소들만 생각해도 박인로의 <소유정가>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가 있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도 수면에 비친 달빛이 누구의 마음인 줄 아노라 하는 식의 문구도 있고.
서양의 클래식에서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드뷔시의 <달빛>처럼. 고요한 달빛이 호숫가에 잔잔히 번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내용의 해설 정도로 기억하지만……. Ost로 대할 때는 이보다는 조금 더 친숙했다. 2010년도의 웹소설 중에 『나와 호랑이님』이라는 작품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고.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거기에 있었던 ost 중 <호랑수월가>는 종종 듣고 있다. 조금 잔잔해지고 싶을 때면 동양풍 음악을 듣는 버릇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면 저녁에 달릴 일이 없다는 게 조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저녁에 달렸다면 그 시간의 평화를 깨기에는 충분했을 테니까. 도심에서의 저녁이 아님을 생각하면 더더욱. 물론 많이 추운 새벽녘처럼, 달리기에 괜찮은 시간이나 날씨도 있다. 그중에서도 새벽 3~4시 사이의 라이딩은 조금 특별하다. 그 시간대를 달리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인지 가끔 보이는 불빛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없어도…… 이 시간대만큼은 이상하게 좋았다.
어쩌면 그 시간의 하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어두웠다가 밝아오는 하늘에는 어딘가 끌리는 매력이 있었으니까. 대부분은 그걸 몽환이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어딘가 흥미로웠다. 우리가 몽환적인 느낌을 인식한다는 게 잠에서 깰 때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게임 <젤다의 전설: 꿈의 섬>에 수록된 ost <바람의 물고기의 노래>의 가사 일부만 봐도 그랬다. 꿈이란 언젠가 깨어나는 것이라는, 그 부분 말이다. 그랬다면 왜 몽환적이어야 했을까. 달처럼 깔끔하게 끝내도 되는데.
물론 모든 꿈이 그럴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소망하는 것들을 상상으로나마 이룬 모습이 꿈이니까. 거기에는 미와 추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꿈을 꾸는 주체의 소망이라는 범주가 그보다 훨씬 넓으니까. 다만 언젠가는 깨어나야 할 뿐. 그래서 몽환적일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꿈속에 있음을 알 수 없으니까. 그걸 더 밝히기 위해 해가 떠오르고. 그래봤자 밤에 활동하는 존재들에게는 무의미하겠지만……. 그래도 꿈에서 누군가를 깨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 않을까.
바퀴는 이런 생각들을 싣고 애월항을 지나 해거름마을공원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물가가 달과 함께 물러나기 시작한 자리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들어선다. 빵집이나 선착장과 같은……. 그들은 물가가 달과 함께 떠나가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을까. 언제부터 그 모습에 거부감이 생겼을까. 시장으로 일하러 가는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상으로 일찍 나가야 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빵집 근무자였다. 거의 비슷하게 퇴근도 하고. 그걸 감추기 위해 그냥 빵은 달거나 삼삼한 걸까. 그조차도 읽힐지 몰라 커피는 씁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