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지향인의 식사 4
오늘은 초식 마녀님 유튜브의 냉이김밥을 보고 따라 만들어 보았다.
(초식 마녀님 유튜브는 비건 지향인으로 살아보자고 마음먹은 뒤부터 구독한 채널이다. 초식 마녀님은 살랑살랑 춤을 추시면서 채식요리를 만든다. 그리고 가끔은 주방에 선 채로 방금 완성된 요리를 후룩 맛보거나, 말갛게 웃으시면서 우걱우걱 씹는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입안이 기분 좋게 화하다. 페퍼민트 티를 마신 것처럼.)
여하튼 냉이는 된장국에만 넣어먹는 채소인 줄 알았는데 볶아서 김밥에 넣어먹을 수도 있다니.
생각만 해도 고소하고 향긋한 이른 봄 맛일 것 같아서 냉이를 주문하면서부터 벌써 신이 났다.
밀양에 계시는 애인의 어머니는 지금 나오는 냉이는 하우스 냉이라고 하셨는데, 다시 냉이가 돋아나는 시간까지 기다리자니 마음이 급해서 그냥 이마트에서 (아마도 하우스에서 자랐을) 냉이 2팩을 주문했다.
냉이김밥 레시피는 아주 간단했다.
(1) 미지근한 물에 냉이를 담가놓았다 씻어내 깨끗하게 흙을 털고, 두꺼운 뿌리는 칼로 살짝 찢어서 손질한다.
(2)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나는 참기름을 사용했는데 냉이 향이 워낙 강해서 참기름 향이 묻히니 아무 기름이나 상관없을 것 같다) 연두, 참기름, 깨를 2 : 0.5 : 1의 비율로 섞은 양념장은 넣고 볶는다.
(3) 그리고 김밥김에 고슬고슬한 밥을 넣고, 볶은 냉이를 넣고 말아 주면 끝.
(밥에는 참기름과 깨로 약간의 양념을 해도 좋겠다. 나는 기름진 봄동 전과 먹을 것이라 생략했다.)
냉이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팬에서 볶이는데, 이때부터 벌써 향긋한 냄새에 엉덩이가 들썩였다.
기분이 좋은 나머지 정돈되지 않은 주방인데도 과정 샷을 찍어보았다.
완성된 냉이김밥과 봄동전. "봄 밥상"이라고 불러도 부끄럽지 않을 근사한 저녁식사다. 게다가 막걸리까지 ♥
냉이김밥은 정말 맛있었다. 난 쓴 채소를 싫어하는데 볶아진 냉이에서는 은은한 단 맛과 적당한 쌉싸름함 그리고 감칠맛까지 느껴져(처음 사용해본 조미료인 "연두"의 힘인 것 같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아무래도 통상적인 김밥과 달리 냉이김밥에는 볶은 냉이만 들어가서 고소한 맛이 풍부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아쉬울 때면 참기름에 부친 야들야들한 봄동전을찢어서 김밥에 돌돌 말아먹으면 궁합이 기가 막혔다.
나는 너무 맛있었는데 애인은 김밥이 삼삼한 맛이라 라면이나 떡볶이와 같이 먹고 싶다고 했다.
(결국 애인은 냉이김밥을 먹은 뒤 야식으로 내가 만든 떡볶이까지 한 접시 싹 비웠다)
나의 애인처럼 심심하고 담백한 식사를 하고 나면 배는 불러도 뭔가 입이 심심한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냉이 김밥에 김치 콩나물국이나 고추장 두부조림을 곁들여도 좋을 것 같다.
나처럼 빨간 순두부찌개보다는 하얀 순두부찌개가, 고추장 양념의 비빔국수보다는 간장 양념의 비빔국수가 좋은 부드럽고 순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냉이 김밥에 전이나 들기름 두부구이를 곁들이면 좋겠다.
오늘도 비건 지향인으로서 작지만 확실하게 착한 저녁밥이었다.
잘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