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기

by 행커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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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자주 위로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 번 위로할 때마다 온 마음을 다해서 위로해주는 사람이다.

친구들에게 내가 주었던 마음만큼의 애정과 관심을 돌려받지 못한 것 같아서 의기소침할 때, 어설프게 칼을 쥐고 남을 찌르면 자기 손가락만 베이는 것처럼 나의 날카로운 말에 가장 많이 다친 사람이 바로 나일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하기 싫고 내가 하기 어려운 것들만 하고 싶을 때, 엄마와 통화를 끊고 나서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을 느낄 때, 침대에 누워서 나의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등등 내가 나를 위로해야 할 일은 참 많다. 즐거움과 편안함은 가끔 느낄 수 있는 것에 비해서 무력감과 우울함은 자주 느껴진다. 특히 이유를 딱히 설명할 수 없는 헛헛한 마음은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샐러드처럼 나를 꾸준하게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마음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매번 나 자신을 성심성의껏 위로해준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좋아하는 오일 파스타를 요리해서 먹거나, 두 눈이 뻐근해질 때까지 자극적인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생각 없이 웃고 울어주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거나, 차가운 새벽하늘이나 오후의 느린 햇살을 보거나, 따뜻한 물로 머리를 두 번 꼼꼼하게 감거나, 베개에 천연 라벤더 오일을 뿌려주거나, 따뜻한 레몬 페퍼민트 차를 아주 천천히 마시면서 책을 본다.


오늘 내가 나를 위로하는 방법은 심지어 일주일 전 미리 계획해 둔 것이다. 일주일 전에 내가 좋아하는 다육식물(작은 나무처럼 생긴 친구는 "자유"이고 어린 파인애플이 두 손을 뻗고 있는 것처럼 생긴 친구가 "시간"이다)이 내 작은 방에 잠깐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을 천천히 받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언젠가 내가 나를 위로해야 할 일이 생길 때 이 사진을 찬찬히 바라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주일 전의 나는 오늘의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위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라앉았던 마음에 선선한 실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고, 납작해졌던 기분에 아주 작은 공기층이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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