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치매 보고서

by 박창휘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첫 번째로 키우던 강아지가 치매에 걸린 사람을 위함이다. 강아지 치매에 대한 유용한 정보는 아마도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란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밑줄과 볼드체를 해놓았으므로 이 부분만 읽어도 좋다.) 두 번째로는 지금 이 강아지가 치매에 걸려있기로서니 우리 가족이 너무나 아꼈던 존재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시간이란 무심하고, 병이란 이토록 잔인한 것이다.

한편으로, 강아지마다 치매에 걸렸을 때 증상은 편이할 수 있으므로, 개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 강아지가 우리집에 온 것은 2010년 여름 쯤이었다. 그 당시에 한창 남아공 월드컵이었을 시절이라, 사람들이 환호나 탄식을 내지르면 오밤에 엄청나게 짖어댔었기 때문이다. 동물병원에서 임시보호를 하고 있던 아이를 데려온 강아지라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었지만, 추정 나이로 1~2살이었다. 그러니 2026년인 지금 이 강아지의 나이는 대략 17살 정도 된다. 이 강아지에게 본격적으로 치매가 진행된 것이 1년쯤 되었으므로, 치매가 시작된 나이는 15살쯤 될 것이다.

죽을 고비를 세 번 넘긴 적이 있는데, 한 번은 초콜릿 한 박스를 다 훔쳐먹어서, 한 번은 진미채 반찬통을 전부다 먹어 치워서, 한 번은 간 수치가 엄청나게 높아져서였다. (이 때가 10살 때 쯤이었는데, 아마도 산책을 하면서 한눈 팔다가 무언가 줏어먹은 걸 못본거같다.)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오래 전 아팠던 부위가 아프다던가, 병이 다른 데서 나타나고는 하는 것처럼, 사경을 여러번 헤맸던 게 뇌에 영향이 없을 리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과거 이력들이 치매를 불러온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싶다.


치매 초기

치매 초기에는 어딘가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눈에 백탁이 뿌옇게 껴있기 때문에 시각에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방향 감각이나 공간 감각을 잃은 것과 더불어 가끔씩 벽을 바라보고 있다던가, 그토록 총명했던 아이가 부를 때 쳐다보지 않는다던지, 배변 실수를 한다던지 점점 무시하지 못할만한 수준이 되어가자 치매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에도 뭔가 뜨거운 것을 먹는듯, 자연스럽게 먹지 못한다.

2024년 12월쯤 찍은 영상. 누나가 찍었다.

결국 동물병원에 가서 치매라고 진단을 받았다. 그때부터 치매를 늦추는 약을 받았는데, 제다큐어라는 약이었다. 사람의 치매에서 쓰는 약을 응용한 약이라고 한다. 제다큐어항산화, 항염증에 특화된 약이라고 하는데, 강아지 치매는 거의 대부분 노화로 인한 신경퇴행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 당시에는 정말 생각이 복잡했다. 반려동물에게 온 치매라서 사람 치매에 비견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십몇 년을 함께한만큼 그런 존재가 기억을 잃어가고,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게 되어간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 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어야 한다. (물론 치매가 오기 전부터 많이 찍어두는게 더 좋겠지만) 이런 모습이 보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나마 멀쩡했던 모습을 간직하고, 이땐 이랬었지, 하며 가족들과 공유하면서 웃어 넘길 수 있는 시기가 오게 된다. 아픈 모습이든 쾌활한 모습이든, 가족과 함께 강아지 얘기를 하면 그나마 아픔을 덜 수 있다. (이 강아지가 치매에 걸리고 나서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지 못해서 이 글에 올릴 적절한 사진도 없는데, 조금 후회가 된다. 예쁜 모습만 기억하고 싶어서 그런걸까)

또 새로운 루트로의 산책이나 환경을 조성해주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치매 진행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고 하는데, 굳이 치매 재활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강아지와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마인드와 남은 시간동안 추억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좋을거같다.


치매 중기

사람 치매도 그렇듯이 강아지 치매도 약을 먹거나 재활 운동을 하더라도 늦든 빠르든 멈추기는 힘들다. 우리집 강아지는 3-4개월쯤 되자 수면 패턴이 아예 불규칙적으로 변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짖는다던가, 옆에서 자다가 침대에서 나온다던가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제는 아예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이런 증상을 '써클링(Circling)'이라고 했는데, 수의사 선생님께서 이 써클링 행동을 척도로 하여 약이 잘 듣는지, 진행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가늠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따지자면 정말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써클링이 발달했는데, 급격히 진행된 것이다. 써클링이 심해지면 마음의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기괴하다는 생각도 들만 하지만, 우리집 강아지가 그러고 있으니 가슴이 아프고 속이 타들어 갔다.

가끔 도어락 소리가 들리거나, 불렀을 때 귀를 이쪽으로 돌린다던지, 쳐다본다던지, 배변 활동을 올바르게 한다던지 하면 정말 기쁘다. 치매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잠깐이나마 우리를 기억하고 총명했던 그 강아지가 그 안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준비를 잘 해두는 것이 좋다. 강아지용 울타리와 장판, 그리고 패드나 막 쓰는 이불을 구비해두어야 하는데, 치매가 진행될수록 써클링은 더욱 심해진다. 빙글빙글 돌면서 심하면 넘어지고, 바닥에 스크래치가 남는 것은 물론 강아지 발이나 발톱이 깨져 피범벅이 되기도 한다. 패드와 이불은 그래서 필요하다. 게다가 강아지 기저귀에서 대소변이 새면 대참사가 일어나는데, 이불이나 패드를 깔아두면 그나마 뒷처리가 쉽다. 또 한 곳에서 고정되어 도는 것이 아니고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어디로 갈지 모르고, 어느 구석에 박힐 수도 있기 때문에 울타리로 반경을 좁혀두어야 한다. 강아지 옷도 많이 준비해두어야 한다. 치매가 심해지면 체온 조절이 안된다. 평이한 온도임에도 바들바들 떨기도 한다. 더하여 오물이 많이 묻으므로, 가능하다면 강아지 옷을 여러 벌 구비해두어야 한다. 사족으로 강아지 뒷다리를 보조하는 바퀴? 같은 게 있으면 좋을거같은데, 써클링을 하면서 대소변이 뒷다리에 묻으면 처리가 정말이지 힘들다. 우리집 가족들은 그런 것을 쓰면 뒷다리 힘이 없어진다고 반대하여 쓰지 않고 있긴 하다.

이런 모습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데, 위에 있는 물건들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로 치매가 진행되면 더이상 우리가 알던 강아지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고 피하게 되면 무신경해지고, 강아지를 케어하는 방법도 익숙해지지 않아서 스트레스만 쌓이기 때문이다.


치매 말기? (현재)

중기부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강아지 수명이 사람의 것보다 1/5쯤 되니까, 치매 속도도 그만큼 단축돼서 진행되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지금이 말기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반 년 전까지는 가끔 우리를 알아보는 듯하다던가, 외부의 소리나 자극에 반응했지만 지금은 그런 기색이 없으니 말기라고 일컬을 뿐이다.

말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은 새벽에 갑작스레 써클링조차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버둥대며 허공에 절규하듯이 울부짖기 시작했을 때였다. 게다가 대소변도 엄청나게 했는데, 신경성 발작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치매에 걸린 상태로 한 차례 동물병원에 시술을 맡겼는데 그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치매가 뇌에 걸리는 병이기 때문에 뇌 기능의 어딘가에 이상이 생겨 발작을 한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10-20분 정도를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짖으며 허우적대다가 지쳐 쓰러졌는데, 이 날은 잠에 들기가 힘들었다. 그 이후로 몇 차례 동일한 발작을 일으켰는데, 점점 짖는 소리라던가 발작의 강도가 약해져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발작을 한다고 하면 써클링을 하다가 넘어져 허공을 보며 버둥대는 정도이다.

지금은 이 이상으로 기능이 약화된다던가, 또다른 증상을 보이는 점은 없다.


개인적인 생각 (견주로서)

치매에 걸린 강아지를 키우면서, 가끔은 이 아이를 이렇게 살려두는 것이 과연 사람의 욕심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넋이 나간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저 강아지를 보내주기 싫어서 텅 빈 껍데기를 붙잡아 둘 뿐, 우리가 사랑했던 그 존재에게 모욕적이진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 강아지의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선뜻 남기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총명하던 그 아이의 모습은 이제 없고 치매에 걸려 대소변조차 못 가리는 모습을 덧칠하는 것은 그토록 사랑했던 존재의 이미지를 망치는거 아닐까. 이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또한 그렇다. 만약 내가 가족을 못 알아보는 걸 넘어서서 자아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면 그걸 나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밥도 혼자서 먹을 수 없을 만큼 정신적, 신체적 기능이 퇴화된 채로 '살아만 있는 것'에 의미를 둘수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한다면, 이성을 가진 나는 나를 붙잡는 존재들에게 부디 놓아달라고 할 것이다. 이외에도 치매에 걸린 강아지를 병수발하며 몸도 마음도 고생하는 가족들을 보고 있으면, 강아지를 보내주는 게 피차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대 몹쓸 생각이 아니다. 강아지를 붙잡아두고 있는 것이 사람이라고 보면 말이다. 안락사는 존엄사라고도 하던가, '강아지를 존중한다', '강아지에게 존엄사라고 한다'며 지성이나 인격을 부여하는 것이 맞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존재와의 아름다운 기억만 남겨두고자 하는 욕심이라면 부끄러운 생각이 아니다. 언젠가 저 강아지가 우리 가족 곁을 떠나는 날이 온다. 그러면 남는 것은 기억 밖에 없으니까.


치매에 걸린 강아지, 그리고 그 주인들이 모두 힘내고, 행복하길 바란다.


ㅡ 2026.02.09 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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