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박물관의 토기들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
같은 무늬 토기들과 별난 무늬 토기로.
같은 무늬 토기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구석의 별난 무늬 토끼는 누구 솜씨일까?
그건 세상에 흩어진 너란다.
누나가 보드라운 손으로 무른 덩어리를 톡톡 두드려 성형을 하지.
어제 네가 잡았던 작은 물고기 뼈로 무늬를 새기고 있어.
너는 옆에 앉아 누나가 지나갔던 선들을 마음에 새기는구나.
성형을 마친 누나가 무늬를 마무리지을 즈음에야 너는 뼈를 들었어.
아직 무른 토기를 뚫지 않도록 힘을 조절해서 살며시 각도를 틀어 그어보지.
마주하도록 그어 빗살 무늬가 깊은 계곡과 뾰족한 산을 만들도록 애쓰고 있어.
고개가 빗살무늬 각도만큼 기울었어.
이젠 몸도 기울었지.
기울어진 네 몸 곁에서 누나가 차분하게 말해.
"꺼져"
너는 저쪽 구석으로 나아가.
누나를 등지고 앉아 차분히 다시 무늬를 새기는 거야.
물고기 뼈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마음에 새겼던 누나의 무늬를 지워.
너는 뼈를 곧추 세운 다음 옆으로 나아가는 거야.
아직 오지 않은 가로를 향해서 조금 더.
출렁출렁 너의 들과 산은 부드럽게 흐른단다.
너는 따뜻한 조명 아래의 토기를 보며 느낄 수 있어.
부드럽게 흐르는 네 마음의 무늬를.
그 무늬가
"꺼져"에서 왔다는 걸.
알아? 세상의 모든 창조력의 원천이 "꺼져"라는 걸.
꺼질 건 꺼지게 두는 거야.
얼마든지 별난 무늬가 되어도 좋아.
우리들의 별난 하루를 사랑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우리는 네 무늬를 타고 함께 흐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