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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을 May 29. 2023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

안노 미쓰마사 지음/황진희 옮김/한림출판사


안노 미쓰마사는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한 그림책 작가다. 그의 그림책은 이상하다. 이상해서 계속 놀고 싶고, 놀다 보니 나만의 세계가 생기는 느낌마저 들고 심지어 똑똑해지는 것 같고, 그의 수학 그림책을 읽히면 아이가 장차 인재가 될 것만 같다. 수학 그림책, 제목도 이상한 <이상한 그림책>, 여행 그림책, 천재라고 무릎꿇게 되는 <삼국지 그림 기행> 같은 그의 책들은 아이들보다 내가 좋아했다.


그의 에세이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는 기묘한 책이다.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만 쏙쏙 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소책자인데 내용이 간결하고 풍성하다고 느낀다. 나이 많은 작가의 간결한 지혜가 마음을 움직인다. 쉽고 재미있어서 더더욱. 좋은 글이 많아서 따로 리뷰하는 것보다는 문장을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싶다. 혹 저작권에 문제가 생기면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테고 그때는 지우면 되는 거겠지?


"1등을 해도 자만하지 않고, 꼴찌가 되어도 기죽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은 뭐든 경쟁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1등이 되기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 어른이 되어서 1등을 해도 뽐내지 않고 꼴찌를 해도 기죽지 않는 그런 프라이드를 갖기 위해서 달리는 것입니다."

-1등이든 꼴찌든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어린이는 일반적으로 현재의 자신밖에 모르는데 어린이의 생명력이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 어른들은 미래만 생각하고 지금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 입장에서 보면 재촉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깥에는 노는 초6, 초4 아이들을 보면 재촉 안 하고 키우는 게 때로 몹시 괴롭습니다.


"책을 매개로 작가와 시대와 세계를 넘나드는 대화가 가능합니다. 마크 트웨인이나 안데르센 이야기가 나왔을 뿐인데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대화가 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매개로 하여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끼리 공통의 입장이 생겨납니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고,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감동을 나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독서도 글쓰기도 함께 할 때 더욱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나갈 수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서 책을 고르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미담 같은 이야기를 고르기 쉽지만, 되도록 어린이들은 미담이 아닌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진실된 이야기가 쓰여 있는 책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그림책이 주는 매력은 이런 것이겠죠? 이상한데 재미있고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을 좋아합니다.


"학교는 너무 맣은 경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선생님에게 배우는 것과 스스로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스스로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예요. 학원, 과외, 인강 무엇을 택하든 핵심은 변하지 않아요.


"공부의 기본은 독학이라고 했지만 학교는 다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일생의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더더욱 확실해졌습니다. 학교는 공부보다 친구와 선생님들 때문에 가는 거예요.


"<수학 그림책>을 본 도야마 선생님은 '순서를 정해 사물을 생각하는것이 수학이다. 그러니 이것을 수학 책이라고 해도 좋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물을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고 있는 것 중에서 답을 찾아내는 것은 퀴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와는 달리 답을 전혀 몰라도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퍼즐입니다. 이것은 열심히 고민하면 언젠가는 무엇이든 도출된다는 뜻입니다."

-인생은 퀴즈가 아니고 퍼즐이겠네요. 그래서 누구든 살아내지는 거겠죠.


"-미술 시간에 전하고 싶은 말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미술 시간은 그림을 잘 그리거나

무엇을 잘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잘 그리려고 하는 것보다 보고 생각한 것을

자신이 느낀 대로 그리고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지하게 그리고 만들기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으로서 주변을 더 잘 느끼게 됩니다.

이런 반복 속에서 자연의 크기를 알게 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알게 됩니다.

이것이 미술 시간의 목표입니다."


"미술 작품에는 문화가 응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이 그려진 시대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그때의 종교나 생활 양식 등이 그림 속에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는 것은 역사책을 읽는 것과 같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림은 그저 좋지만 역사책 읽듯하면 훨씬 재미있고 풍부해집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말은 좋은 속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곤란할 때는 의지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이 이 속담에 해당됩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이런 심리를 아주 잘 이용합니다. 지푸라기를 팔면 밑천을 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으니 지푸라기를 팔아야겠다. 그리고 지푸라기를 사게 하려면 우선 사람을 물에 빠뜨려야겠다. 그리고 그걸 산 사람은 그것이 지푸라기라는 것을 몰라야 한다. 이런 방식의 일들은 생각해 보면 아주 흔히 있습니다."

-이 문단으로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주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을 길러갔으면 합니다. 학문이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없어진다는 것은 곤란한 일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없어지면 무책임해집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거나 갈팡거리며 사는 삶은 결코 즐겁지 않습니다."

-시키는 걸 잘 못하고 싫어하는 저의 기질을 좀 더 잘 가꾸도록 하겠습니다. 용기를 얻어요.



안노 미쓰마사 직접 만났다면 이야기가 꽤 잘 통했을 텐데. 마무리 하고 보니 당신의 그림책이 모든 면에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실천하도록, 실감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고마워요. 이런 그림책과 에세이를 내줘서.


*발견한 책

<방법서설>데카르트 지음-안노 미쓰마사는 데카르트의모든책을 읽고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따라하고 싶다.

<콜럼버스 항해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지음.(알라딘: 콜럼버스 항해일지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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