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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을 Jun 06. 2023

<우주에서 기다릴게>이소연

우리들의 최초 우주인 이소연에게 다정한 환대를 보내며


오래전 이소연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미국 거주중인 이소연의 인터뷰 영상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태도는 청량하고 말은 유창했다. 한국인 중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청량하게. 아주 잠깐 보았던 터라 전후 스토리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항공우주연구원을 퇴사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부터 호의적이지 않은 국내 여론 탓에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개속을 걸으면서도 꼿꼿하고 명량하게 자기 길을 가고 있는 한 여성이 보였다. 그녀가 책을 냈다.


<우주에서 기다릴게>(위즈덤하우스). 고산 대신 우주인이 되어 혼란스러워하며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이소연을 본 동료가 국제우주정거장의 페기 윗슨과 교신하게 해줬고, 페기는 "우리는 여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라는 말을 들려준다. 그 말이 그녀에게 우주인으로서의 기쁨을 누리고 한껏 기대에 부풀게 해주었다. 또 그 말이 제목이 된 셈이다.


이소연은 우연히 우주인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최종 2인이 되었다. 에비 우주인으로 훈련받던 중 탑승 우주인이 되었다. 탑승 우주인이 되어 받은 실제 훈련받는 장면 들 중 소유스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실감난다. 경차 뒷자석에 세 사람이 타는 거랑 같단다. 그렇게 작은 데서 우주복도 갈아입어야 한다는데? 우주정거장과 도킹하는데도 2일을 걸린다는데 멘탈이 웬만해서는 정말 쉽지 않겠다 싶다. 실제 이소연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많은 실험들을 했다. 국가가 18개의 실험들을 선정해서 이소연에게 임무를 맡겼는데, 러시아 측에서 불가능하니 줄여달라고 두 번이나 요청했으나 잠 좀 못 잔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며 강행했다고. 뭐, 비용이 비용이니 만큼 사람 쪼는 덴 일가견이 있는 대한민국답다.


나는 우주인은 왜 있는 건지, 저 쇼를 하고 돈을 들여 왜 가는 건지 몰랐는데, 뭐 우주에 다녀온 경험 자체가 나라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우주에서 꼭 필요한(무중력 상태) 실험들이 있다는 걸 몰랐다. 이소연은 국가적으로 선택된 중요한 실험들을 해냈다. 후속 실험들이 이뤄졌더라면 우주가 민간 영역으로 넓어지면서 상업 영역이 되어가는 이즈음 대한민국 이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소연의 귀환은 기적의 생환었다. 소유스호가 지구로 돌아오면서 죽을 위험에 처했는데, 당시 이 국가 프로젝트의 오점을 크게 키울 생각이 없어서 우리나라엔 크게 조명되진 않았지만 5초만 늦었어도 모두 그대로 산화되어 버렸을 거라고 한다. 살아돌아왔으나 이소연은 지구 환보다 귀국 이후가 더 지옥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찍 스타가 되었다. 이 스타가 얼마나 소진되었을 지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4년 동안 원하는 연구들은 지원받지 못했고 외면당했다. 스타는 여기저리 불려가며 강연을 해야만 했다. 의무 계약 기간은 2년이었으나 2년을 더 채우고 더이상은 자신이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미국에서 재미 교포와 결혼하며서 먹튀 논란이 일었다는데, 우주인이 되었다고 개인이 국가의 것이 되나? 그건 어디까지나 선택이지.


귀국 이후 과정이 안타깝고 또 놀랍다. 소유스호가 착륙 지점을 벗어나고 땅으로 급강하하면서 몸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짧은 치료를 마치고 강연과 정부 부처에 불려갔을 그녀, 이후는 멘탈이 나가는 일정들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미국에 가서 자기 일을 찾기로 결심한다. 이부분이 가장 좋았다. 젊은 나이에 스타가 되면 망가지기 쉽다. 그녀는 영민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먹고 놀다 퇴직해도 그만이었을 테지만,국내 최초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이 그녀를 놀고 먹게 두지 않은 듯하다. 또한 우주인들의 커뮤니티가 있다는데, 그 곳에 가면 선배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게 두지 않았을 터이다. 그래서 나를 알아주고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친구 및 동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소연은 그 동료들을 한국에서가 아니라 우주인들에게서 찾은 듯하다.


내가 본 미국에 사는 혹은 미국에 다녀온 사람들의 책은 대부분 대학이 주제거나 대학교수가 쓴 책이었다. 자기가 (부모 그늘 아래서) 얼마나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고, 미국물 좀 제대로 먹었는지를, 교수라면 전공 이야기를 쓴다. 실제 타국에서 자기 커리어를 개척해 나간 경험을 실은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덧붙여, 그녀는 러시아물좀 먹은 여자에 1년 동안 러시아 군인들 용어를 습득한 여자다. 세상에서 제일 습득이 어려운 언어라던데~ 스페셜하쥬?) 그 말은 적어도 화제가 되어서 인기를 끄는 책들은 모조리 자기 커리어보다 미국물좀 먹은 사람들이 저자였고, 한국 독자들의 흥미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 이야기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그런 책들은 읽어본 적이 없어 말할 건 못된다.


이소연은 한국 여성이 미국에서 자기 일을 찾아 고군분투한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그것도 우주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녀가 한국에 머물면서 자기를 소진하지 않고 길을 찾아 떠난 것, 그곳에서 자신의 생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이 소식이 무엇보다 기쁘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 산업이 민간영역으로 확대되고, 민간이 셔틀을 재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우주로 가는 단가가 상상이상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우주 산업 분야에서 미국, 러시아는 이미 멀리 가 있고, 중국도 우주정거장을 쏘고 달에도 착륙선을 보냈으며, 일본도 달 착륙선을 쏘았다. 우리도 이 분야에서 7번째로 자체 개발안 인공위성을 쏘았으니 나쁘진 않지만 더 많은 기대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나마저도 기대하게 된다.


이 책은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한국 첫 우주인이 펼치는 다정한 호기심의 기록"(요즘 '다정한'이라는 말이 뜨는 어휘인가? 갑자기 눈에 많이 띈다. 대부분 아주 적절히 쓰인다는 게 흡족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자주 마음에 떠올리면 좋을 단어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이라는 말은 딱이다. 그녀가 지금 하는 일인 우주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 산업을 연결해주는 일들도 좋지만 나중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가로 나서도 좋겠지 싶다. 


이소연은 우주인이 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행정 및 자금 지원은 받았으나 인간적인 지원은 받지 못했다. 개인을 향한 다정한 배려는 주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일하는 러시아의 동료 및 실무자, 우주인들로부터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전형적인 후진국형의 촌극 속에서도 따뜻한 배려와 우주로부터의 환대를 경험했던 이소연이라면 개인에 대한 다정한 배려와 지원을 할 줄 아는 행정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이소연이라 참 좋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마친다.


참, 출판사 관계자들께

표지 특히 좋고, 기획도 좋은데, 판형과 사진은 실망스럽네요. 뭐 죄지었나? 사진은 왜 이토록 위축되게 실었는지, 사진 흑백으로 작게 실으면 저작권료 적게 내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의아스러운 선택임. 사진들이 글과 어우러져 이토록 멋진데, 왜 이렇게 처리한건지 도저히 이해못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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