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랄한 쪽에 가까운 독후
묘하게 오글거리는 정서와 묘하게 옛날스러운 논리 전개가 조금 불편했지만(1990년대 학생운동 하던 선배들 글 같음) 우리나라 학교보다 훨씬 나은 프랑스의 교육 현실을 접하기에는 좋았다. 이 중에 우리가 차용할 만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 모르겠다. 프랑스식 삶에 경도된 저자의 말들이 나에게 겉도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일까?
속된 말로 그래 너는 좋겠다, 정도가 자꾸 튀어나오는 마음은 저열함이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례로 위인전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의 필수 독서목록으로 세계명작동화와 위인전집이란다. 위인전을 읽혀서 인물을 신화화하고 숭배하는 건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을 저해하고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언제적 이야기인지 좀 의심스럽달까. <who?> 는 읽어봤나? 읽어보면 프랑스도 이 <who>를 수입하고 싶어질 지도 모르는데. 얼마나 재미있는데~
나도 위인전 싫어했다. 어릴 적엔 위인 자체를 싫어했다. 닮고 싶은 위인을 써오라고 하면 짜증이 치밀었다. 닮고 싶은 위인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그건 아무래도 닮고 싶은 위인전의 위인들이 매력없게 그려졌기 때문이었겠지. 위인 탓은 아니다. 우리나라다 인물기도 이제는 옛날처럼 그 사람의 성공과 성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어린 시절 이야기에 집중하기도 하고, 인생 전반의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의 좌절, 꿈, 성취, 그리고 후세대에 끼친 영향과 평가 등 다채롭고 인간적인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들은 대체로 타인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인생을 이해하고 알고 있다는 건 나쁘지 않다. 슈바이처를 숭배하는 사회가 거꾸로 갈 리는 없지 않나. 박정희가 이순신 숭배를 강요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어처구니 상실이다. 이순신은 존경할 만 하잖아~~ 그 시대 인물기에다 '너 행복했니?'라고 물으라는 거야? 그것도 괜찮은 것 같기는 하다. 얼마나 행복한지 체크할 것.
세계명작동화는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정말 모르나? 그거 읽히는 게 뭐가 문제인가. 대한민국 사는 사람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건가? 세계명작동화 많이 더 많이 읽히는 사회가 당연히 안 읽는 사회보다 낫지. 뭐가 문제임? 5-7세 사이 최고의 인기템은 세계명작동화다. 이때 꼭 아이들에게 좋은 명작동화를 읽혀주길 권하고 싶다.
타인과 연대하길 좋아한다면 내 행복도 중요하고 타인의 삶도 중요한 거 아닌가? 인물기를 읽고 숭배로 직행하고 숭배로 직행하면 순종적이 되고, 지배적 관점에 사로잡히는 거 아니다. 이미 그런 사회가 아니다. 모르나? 아이돌과 임영웅이 대세다. 으잉?
그럼에도 칼리의 중학교 커리큘럼은 대체로 좋았다. 크로스란다. 지리하면서 여행가는 숙제를 하고, 역사 배우면서 음악도 하는 등 내신 줄세우기나 입시를 위한 공부에 초점이 맞춰진 건 아니다 배움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훌륭한 커리큘럼이다. 경쟁이 떠난 자리에 우정과 여유가 싹튼다네. 그런 것도 같다. 우리 때도 교육환경은 비슷했는데 친구들과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단순하게 '경쟁'이 있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무튼 프랑스 교육 자랑. 이에 비해 거지 같은 한국 교육 환경. 이거 이게 다 왜 그러겠나? 식민지 활동으로 엄청난 부를 쌓아서 그렇게 유유자적, 한가한 거 아니겠어? 우리도 그런 역사를 가져야 하는 거야? 그런 식민지 유산을 물려주지 못한 걸 탓해야 할까? 선진국 시스템의 기원이 어디인지 모르고 떠드는 것도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가랑이 찢어지도록 제자리 걸음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누가 알랴.
요약하면 프랑스 교육 커리큘럼 부럽, 한국 상황 말하자니 입 아픔.
칼리네 가정 환경 중 인상 깊은 것도 있긴 있는데, 아이를 늘상 꼭 안아주고 마주칠 때마다 그게 거실이건 밖이건 현관이건 정성껏 과하게 환대하고 포옹한다는 것이다. 우리집도 비슷함. 그 순간을 누리고 있음.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