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녀석 맛있겠다>
한 겨울 두꺼비 워턴은 툴리아 고모 집에 딱정벌레 과자를 전해주러 가다가 올빼미에게 잡힌다. 올빼미는 일주일 뒤 자신의 생일인 화요일에 포식하기로 하고 자신의 집에 워턴을 잡아둔다. 하지만 워턴의 매력에 빠지고 만 외롭고 까칠한 올빼미는 워턴과 친구가 되고 싶지 뭔가. 이런 이런. 현실적인 주제는 "애끼다 똥된다"가 되겠고, 판타지로 보면 "친구가 생겼어요"겠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올빼미와 두꺼비의 우정에 짜릿함을 느낀다. 두근두근 화요일의 여러 가지 의미도 짜릿하다. 다시 읽으면 워턴의 성격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일을 하던대로 하는 태연한 능력은 대체로 노년의 것이다. 다른 걸 할 기력이 없기도 하고 효율적이기도 하고. 워턴은 넘치는 에너지와 긍정력으로 올빼미의 집을 청소하고 차를 끓이고 대화를 나눈다. 형 모턴과 늘 하던대로 화요일의 공포를 뒤로 하고 포식자 올빼미의 공간을 정돈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자연스럽게 해낸다.
<고 녀석 맛있겠다>에도 티라노를 앞에 둔 어린 안킬로는 얼마나 천진난만한가. 장벽을 넘어서는 건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제일이지. 그래서 <화요일의 두꺼비>와 함께 읽을 그림책으로는 <폭풍우 치는 밤에> 가 아니라 <고 녀석 맛있겠다>가 되었다. 안킬로가 티라노를 위해 빨간 열매를 열심히 따오는 건 워턴과 닮았다. 얘들아 그렇지? 이런 걸 초4 남자 아이 둘과 이야기해보지만 개구쟁이들은 농담만 던질 뿐이다. 아우 귀여워 미치겠다. 못 먹는 빨간 열매만 주구자창 나르는 안킬로가 따로 없구나. 티라노는 발톱을 숨기고 빨간 농담 열매를 먹는다. 배는 부르고 피로는 쌓이는구나.
<고맛나> 시리즈를 얼마만에 읽는 거냐. 언제 읽어도 사랑스럽고 감동이 넘친다. 사랑해요, 미야니시 타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