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에 온 사람

15장. 바다 앞에서

바다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둘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내린 건 준호였다.
차 문을 닫고 돌아섰을 때,
이미 바닷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수진도 천천히 문을 열고 내렸다.


짠 내음이 바람에 섞여 있었다.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생각보다 또렷하게 들렸다.


“여기… 오랜만이다.”


수진이 말했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둘은 나란히 걸어
모래가 시작되는 지점에 섰다.


신발을 벗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그대로 모래 위를 걸었다.


발밑에서 모래가 조금씩 꺼졌다.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게 이상하게 편했다.


바다는 넓었고,
하늘은 더 넓어 보였다.


수진은 그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좋다.”


그 말에
준호가 옆을 봤다.


“뭐가?”


수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작게 웃었다.


“그냥… 지금.”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조금 더 걸어가자
파도가 발끝 가까이까지 밀려왔다.


수진이 살짝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준호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주 잠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잡은 것처럼.


수진은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준호도 그제야
자신이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알아챈 듯
잠시 멈칫했다.


“미안…”


그가 말하려던 순간,


수진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짧은 한마디였다.


그녀는 손을 빼지 않았다.


파도가 한 번 더 밀려왔다가
천천히 물러났다.


그 사이에
두 사람의 손은 그대로였다.


말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충분히 많은 것이 전해지고 있었다.


수진의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젊은 날처럼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이 사람이
지금 옆에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손을 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해가 더 기울면서

노을빛이 바다 위에 번졌다.


주황빛이 물 위에 길게 퍼졌다.


수진은 그 빛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준호야.”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응.”


수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잡고 있던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그게 대답 같았다.


바다는 계속 밀려왔다가
다시 물러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두 사람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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