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세 번째 목요일에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은 물론 시험에 응시하는 N수생들과 그 부모에게 절박한 날이며,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날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험 일정에 맞춰 직장인의 출근 시간이 조정되고 3교시 영어 시험엔 비행기 이착륙 시간조차 고려된다. 매시간 시험이 끝난 직후 발표되는 과목 분석에 관심이 집중되고 발 빠른 입시학원은 시험의 종료와 함께 대입 예상 합격 자료를 배포하며 수험생과 학부모를 현혹한다.
집에 가기 위해서는 평촌 학원가를 지나야만 한다.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학원가이다 보니 수능을 앞두고 ‘마지막 수능 준비’, ‘파이널 전략’ 등 갖가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대학 진학의 방법이 아무리 다양해져도 수능 점수는 누구나 인정하는 가장 공정한 입시 요건이다. 학원가에는 수학, 논술, 영어 등 다양한 종류의 학원이 즐비하다. 최근엔 입시제도의 변화 때문인지 우리 집 아이들이 학원에 다녔던 때에 비해 미술과 컴퓨터 그리고 재수학원이 더 많이 눈에 보인다.
학원가 근처에 살며 아이들 청소년기를 온전히 보냈다. 첫째가 중학교 1학년,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한 학원 생활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계속된 것이다. 학교 공부만으로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지만, 성과가 미흡할 경우 학원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는 큰 문제가 된다. 이것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순간부터 나를 따라다녔던 숙제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