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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 Jan 25. 2024

엄마의 된장찌개 #2

또 다른 그리움

  어릴 적 입맛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이어져 부엌살림을 도맡아 하는 중에도 변할 줄을 몰랐다. 그래서인지 된장찌개는 늘 뒷전으로 밀려 밥상 위에 오를 날이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시나브로 그 옛날 엄마가 끓여주었던 된장찌개가 눈앞에 떠오른다. 특히 그 맛없던 북어 껍데기 된장찌개라니. 그때의 그 맛을 느끼고 싶은 것인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릴 적 나와 젊어 물 찬 제비 같던 엄마의 모습이 그리워서인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된장찌개를 자주 요리한다. 콩 안에 들어있는 식물성 단백질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맛있기 때문이다. 전통 된장찌개, 우렁 된장찌개, 사골 된장찌개 등 마트 진열대에 자리 잡은 다양한 된장 양념은 된장찌개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한 갖가지 고민을 사라지게 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각 회사의 음식 박사들이 연구하여 만든 양념의 맛은 기가 막히게 훌륭하여 이것들을 종류별로 사서 냉장고에 쟁여놓으면, 언제든 된장찌개를 손쉽게 끓일 수 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냉장고에 있는 무, 호박, 감자, 두부 등을 넣으면 구수하고 보기에도 근사한 된장찌개가 되는 것이다.   

  

  제법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이 엄마의 된장찌개를 더욱 생각나게 만드는가 보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나의 늙은 엄마가 자식 줄 요량으로 만드는 갖가지 김치며 찬을 오래도록 맛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더불어 이곳저곳으로 집 떠난 나의 자식들에게도 묻고 싶다. “얘들아, 엄마를 기억나게 하는 음식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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