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시골 학교 이야기
전교생이 단 일곱 명인 작은 분교가 있습니다. 운동장 너머로 사계절의 색이 선명하게 펼쳐지고,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온 학교를 채우는 곳. 제 아이는 그곳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3학년 3명, 4학년 3명, 6학년 1명에 총 7명이 전부인 단출한 구성입니다. 학생수가 적어 외롭지 않냐고요? 전혀요. 아이들은 학년 구분 없이 모두가 친구처럼 함께 놉니다. 단 한 명 있는 병설유치원 동생을 깍두기로 끼워주며 다 함께 술래잡기를 하고,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학교 교단의 앵두와 오디를 따 먹는 풍경이 일상인 곳이지요. 선생님들마저 아이들에게 이모, 삼촌 같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교무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을 치지요.
이 작은 학교는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커다란 교실입니다. 텃밭에서는 흙의 소중함을 배우고, 숲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낍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밴드부는 이제 제법 한 팀으로 그럴싸한 모양을 갖추었지요. 이제 겨우 4학년이지만 앙증맞은 작은 손으로 기타 치는 모습을 보면 아이의 세상이 얼마나 단단하고 아름답게 자라는지 느껴져 가슴이 벅찹니다.
물론, 시골 아이라 아직은 서툰 구석도 있습니다. 얼마 전 시내 할머니댁에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위로 가는 화살표를 꾹 눌렀습니다. 그리고는 문을 향해 맑은 목소리로 외쳤죠.
"엘리베이터야, 어서 올라와!"
아래로 내려가야 하니 아래 화살표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설명해 주자, 아이는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아이의 세상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나를 태우러 '올라와'야 하는 것이 당연했던 모양입니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래요. 제 아이는 아직 엘리베이터를 잘 탈 줄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법은 조금 더 자라면 금세 익숙해지겠지요. 그 대신 아이는 초여름의 나무들이 뿜어내는 녹음이 얼마나 눈부시게 예쁜지 압니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봄의 시작부터, 짙푸른 녹음이 절정에 이르는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 울긋불긋 세상을 물들이는 가을의 끝자락까지. 자연이 건네는 그 섬세한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을 줄 아는 아이입니다.
세상의 속도에 조금은 더딜지라도, 자연의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자라나는 아이. 차가운 기계의 버튼 대신, 따뜻한 흙과 풀의 감촉을 먼저 배운 아이.
오늘도 아이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학교에 갑니다.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웃고, 배우며, 또 한 뼘 자라겠지요. 저는 그런 아이의 세상을 온 마음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