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가족 힐링 캠프
6월의 어느 늦은 오후, 초여름의 긴 해가 여전히 운동장을 환하게 비추는 시간에 '힐링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대낮처럼 훤한 햇살 덕분에, 푸른 잔디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첫 순서인 아이들의 작은 무대는 그 어떤 조명보다도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첫 공연은 뮤지컬 합창이었습니다. 핀 마이크까지 허리에 찬 아이들은 아이돌이라도 된 듯 으쓱대며, 귀여운 칼군무와 함께 멋진 노래를 선사했습니다. 두 번째 무대는 어버이날 동네 어르신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바로 그 곡, [무조건]이었습니다. 일곱 명의 학생에 유치원 동생까지 깜짝 등장한 사랑스러운 무대였지요. 이어진 하이라이트, 밴드부 공연이었습니다. 보컬 한 명, 기타 두 명, 드럼 한 명에 무려 베이스가 세 명! 전교생 일곱 명이 모두 저마다의 악기를 품에 안고 무대에 올라, 누구 하나 빠짐없이 완벽한 하나의 밴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귀여운 발레 공연까지 마친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딴 상추를 곁들여 차려진 저녁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전교생 일곱 명뿐이니, 어느 공연 하나 빠지지 못하고 온 힘을 다해 참여한 덕일까요. 아이들은 밥 한 그릇을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워냈습니다. 함께 밥을 먹는 사이를 식구(食口)라 한다지요. 오늘, 우리 학교 아이들과 가족, 선생님들은 모두 한마음 한뜻을 나눈 진짜 '식구'가 되었습니다.
식후에는 너른 운동장에서 본격적인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눈을 반짝이며 교정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학교 구석구석을 누볐습니다. 이어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의지와 상관없이 비틀거리는 몸짓에 서로를 보며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모든 가족이 참여한 훌라후프 옮기기였습니다. 할머니부터 아빠, 선생님, 아이까지. 모두가 손을 놓지 않은 채 한 줄로 서서 끙끙대며 훌라후프를 넘기는 모습에 운동장은 떠나갈 듯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직접 대본도 쓰고 촬영도 하고 편집까지 한 단편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내용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단 한 명뿐이라 심심해서 전학 갈까 봐, 학교 귀신들이 나타나 함께 놀아주며 무사히 졸업시킨다'는 이야기. 아이들의 어설픈 발연기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그 이야기가 마치 우리 모두의 마음 같아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습니다. 짧은 단편 영화가 남긴 감동의 여운은 무척이나 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캠프의 하이라이트인 캠프파이어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 주변으로, 우리는 신나는 게임을 하며 하나가 되었습니다. "두 명 모여라! 네 명 모여라!" 외침은 어느새 긴 기차를 만들었고,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꼬리가 되어 붙다 보니 결국 운동장의 모든 사람이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열기로 가득했던 게임이 끝나자, 아이들이 한 자 한 자 눌러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부모님을 향한 감사, 미안함,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이 서툰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고, 감정에 북받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동그랗게 앉아 각자의 손에 촛불을 들었습니다. 사회자님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따라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을 떠올리는 깊은 침묵 속에서, 일렁이는 촛불 너머로 제 딸아이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십수 년의 시간을 거슬러 제 중학생 시절의 수학여행 밤이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똑같이 촛불을 들고 앉아 펑펑 울었더랬습니다. 캠프파이어가 끝나자마자 공중전화로 달려가, 수화기를 붙들고 엄마 아빠에게 앞으로 꼭 효도하겠다고 울며불며 다짐했던 기억. 문득 아직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저 또한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습니다. 딸의 눈물 속에서, 저는 잊고 있던 저의 다짐과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고요한 촛불 의식이 끝나고, 가족들은 아쉬운 인사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캠프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학교에 남아 함께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다 같이 음식을 만들어 아침을 먹고, 레진아트와 비누 만들기 같은 체험 활동으로 오전 시간을 꽉 채웠습니다. 점심 식사 후, 캠프를 마무리하는 '다모임'에서 소감을 나누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 뿌듯함과 행복감이 가득했습니다.
'힐링캠프'는 비단 아이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성장을 확인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며, 나아가 잊고 있던 나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까지 돌아보게 한, 우리 모두를 위한 진정한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일상수집가로서, 저는 오늘 하루를 통째로 제 수집 목록 가장 귀한 곳에 담아둡니다. 초여름의 햇살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서툰 공연에 보낸 뜨거운 박수, 타오르던 장작과 촛불의 온기, 그리고 서로의 눈물에 깃든 진심까지. 이 반짝이는 기억의 조각들은 앞으로의 평범한 날들을 살아갈 아주 커다란 힘이 되어줄 겁니다. 오늘, 저는 세상에서 가장 풍족한 수집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