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신입생을 기다리는 마음
아이의 하루 중 가장 들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때는 "오늘 급식 뭐 나왔게?" 하고 물어올 때입니다. 학교 내 공부방 수업까지 마치고 6시가 넘어 하교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즐거웠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저녁시간. 아이는 저녁을 먹으면서도 신이 난 목소리로 조잘조잘 점심시간의 풍경을 늘어놓습니다.
"엄마! 우리 학교는 짬뽕도 하나도 안 매워. 미안한데 엄마밥보다 급식이 쪼금 더 맛있어!"
아이의 말에 헛기침을 하면서도 저는 웃음이 납니다. 조리사님이 급식에 그 어떤 조미료보다 강력한 "사랑"과 "관심"을 듬뿍 넣어주고 계심을 아니까요.
조리사님은 아이들 모두의 식성을 모두 꿰고 계십니다.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애정 담긴 잔소리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고 면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면이 나오는 날은 항상 넉넉하게 준비해 주시지요. 국수를 세 그릇이나 먹었다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아침도 제대로 못 챙겨줄 때가 많은 워킹맘은 미안하면서도 든든합니다.
조리사님은 맵기도 어쩜 그리 딱 맞게 조절해 주시는지 음식 요리뿐만 아니라 아이들 마음 요리에도 베테랑이신 듯합니다. 엄마 밥보다 학교 급식이 더 맛있다는 아이의 투정 아닌 투정이, 저는 그래서 하나도 섭섭하지 않습니다. 그건 '맛' 이전에 '사랑'을 먹고 온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아이의 세상은 이렇게 따뜻한 정으로 매일 배를 채웁니다.
하지만 이 작고 정겨운 학교에도 아쉬운 구석은 있습니다. 벌써 2년째, 봄이 와도 학교에는 입학식 노래가 울려 퍼지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신입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한 해는 그러려니 했고, 두 번째 해에는 모두가 서운해했습니다.
"엄마, 내년에는 동생이 들어올까? 내가 학교 구경시켜 주고, 그림책도 읽어줄 건데."
새로운 친구를 맞이할 마음에 부풀어 조목조목 계획까지 세워놓은 아이의 얼굴을 보며, 저는 차마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북적여야 할 학교의 교실이 고요할 때, 우리는 이 소중한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가만히 걱정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아쉬움에만 젖어 있는 곳은 아닙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는 다른 학교 친구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특별한 연례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매년 가는 수학여행'입니다.
학생 수가 적으니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원하는 아이들은 모두 함께 떠납니다. 덕분에 제 아이는 4학년인데도 벌써 세 번째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함께 보고,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오름에 오르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새벽까지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던 기억들. 그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가족이 쌓아가는 공동의 추억입니다. 아이들은 그 여행을 통해 또 한 번 세상을 배우고, 서로의 손을 더욱 굳게 잡는 법을 익힙니다.
비록 입학생이 없어 입학식의 설렘은 잊혀 가지만, 그 자리를 매년 떠나는 수학여행의 돈독한 추억이 채워주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전교생 모두가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겨도 넘치지 않습니다. 수학여행 사진 속에 선생님은 바뀌고 있지만 소중한 친구들은 4년째 함께입니다.
텅 빈 1, 2학년 교실의 아쉬움은 맛있는 급식의 온기와 행복했던 여행의 추억이 보듬어줍니다. 어쩌면 아이의 학교는 이렇게 비어 있는 부분과 넘치도록 채워진 부분을 모두 껴안으며, 그들만의 단단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아이의 재잘거림 속에서 기쁘게 넘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