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미 준] 수풍석 뮤지엄

by 위니 wini




"비움의 미학은 결국 가장 풍요로운 공간을 만든다."

-이타미 준-







수풍석 뮤지엄은 수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늘 가려던 날 예약을 실패하는 바람에 방문하지 못했었다.


제주살이를 하는 동안 이번이 기회다 싶어 비교적 예약률이 널널한 평일로 몇 주 전에 예약해 두어 다녀올 수 있었다. (드디어..)




기대하는 마음을 한껏 품어 안고 갔다. 뚜벅이인지라 가는 시골길 정류장에 내려 논밭 풍경을 바라보며 올라가던 참에 이타미 준의 또 다른 작품인 방주 교회도 들려 오랜만에 머물러 보기도 했다.












수(水) ∙ 풍(風) ∙ 석(石) 뮤지엄은 제주도의 으뜸 요소인 물, 바람, 돌을 각각의 테마로 삼고 있는 공간이다.


포도호텔을 설계한 건축가 이타미 준이 디자인한 이곳은 미술품을 전시하는 일반적인 뮤지엄이 아닌 ‘명상의 공간으로서의 뮤지엄’을 제시하고 있으며, 자연을 경험하는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건축을 구현하였다.


- 수풍석 뮤지엄 홈페이지 -











석(石) 뮤지엄



투어는 다 같이 대형 버스를 타고 석 뮤지엄부터 시작됐다.



내, 외장재는 모두 코르텐 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코르텐 강의 매력은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하는 것인데,

처음 지어졌을 당시에는 이러한 불그스름한 색이 아닌 것을 투어 가이드님께서 사진으로 보여주셨다.




개인적으로도 코르텐 강의 느낌을 좋아하기에 이 공간의 감성을 더욱이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푸릇한 녹음의 녹색 풍경과 보색을 이루지만, 계절감에 따라 어우러지는 또 다른 색감의 풍경도 아름다울 것이라 예상해 본다.


석 뮤지엄답게 주변 들판에 바위가 자연의 무질서를 이루며 자리 잡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바위 위에 놓여진 석재는 사람의 손이 돌을 들고 있는 형태였다.

내부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창을 통해 풍경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상부에 있는 원통형 천창이 바로 내부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석 뮤지엄 입구.











하트 모양을 연상시키는 천창을 통해서 빛이 들어오는 구조다. 내가 방문한 날은 흐린 날씨여서 아쉽게도 빛을 보지 못했다. 빛이 좋은 날 다시 방문해보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을 남겼다.















내부의 천장, 벽, 바닥이 모두

코르텐강으로 이루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르텐강이 주는 재질감 때문인지 더욱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인상을 준다.











녹슬고 색이 바랜 코르텐 강의 매력.


하부에 슬릿한 창 뒤로, 창을 따라 길쭉한 바위가 놓여 있었다.












결정적인 주인공이라는 이 돌.

하나의 작품이기에 절대 밟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빛이 천창을 타고 들어오면 이 작품을 환하게 비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내부에서 바라본 입구.

어두운 내부와 대조를 이루며 차경을 감상할 수 있다.


수풍석 뮤지엄의 내부는 그 어떤 인공적인 조명의 빛 없이, 오로지 건축의 형태를 통해 자연의 빛만을 감상할 수 있다.














풍(風) 뮤지엄







박공지붕은 징크, 벽체는 적송으로 시공된 풍 뮤지엄.

갈대밭 동선이 입구로 향하도록 유도해 준다.



상부를 보면 그림자 지는 형태를 보아하니 벽체가 곡선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완만한 곡을 준 것이 풍 뮤지엄만의 조용히 강조되는 건축적 언어였다. 마치 활처럼 휘어 있었는데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바람의 소리를 연상케 하여 설계에 반영했다고도 한다.



















날씨가 계속 흐리다가 절묘하게 나이스한 타이밍으로

빛이 딱 들어오던 때가 있었다.


잠시 뿐인 찰나였다.


이타미준이 의도한 자연의 감동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바람과 빛.

적송을 사이사이 띄워서 시공함으로써 바람과 빛을 느끼면 공간이 비로소 완성되는 곳이었다.















공간은 양 쪽으로 두 개의 실로 나뉘어 있었고,

반대편 실에는 커다란 바위에 앉아 명상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잠시 앉아보며 고요함을 느껴보기도 했다.



















수(水) 뮤지엄





대망의 수 뮤지엄.


많은 사람들이 수 뮤지엄을 보려고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 뮤지엄 입구












낮은 콘크리트 벽을 따라 입구의 동선이 시작된다.

요즘 자주 보여지는, 콘크리트 거푸집을 나뭇결로 제작하여 자연의 언어를 담아내었다.


그리고 유심히 보면 거북이 조각, 상상의 동물 조각들을 볼 수 있다.












공간의 전이감과 긴장감을 상승시키기 위해 입구를 의도적으로 좁게 만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단연, 들어가자마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사각형의 벽체 상부에 원형을 얹어 놓은 듯한 모습.

코너에 내려앉은 그림자들이 공간에 입체감을 주어 인상적이었다.








이타미 준의 유동룡이라는 한국 이름에서 비롯되어 자신을 상징하는 작품도 중앙에 놓여있었다.

이 작품이 공간의 중심축 느낌을 주기도 했고, 없었더라면 공간이 어딘가 아쉬울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라 생각됐다.



중앙에 크게 자리한 수 공간.

수면에 비친 잔상은 마치 거울처럼 하늘을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맑은 날에 양 떼 같은 구름이 끼어, 빛이 비치는 모습도 궁금하고 비가 내려 수면에 물을 튀기는 파문의 모습도 궁금해진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면 원형 프레임 뒤로 보여지는 하늘이 이곳에서의 진정한 작품인 곳이었다.














콘크리트 벽체의 하부와 달리 상부에 패턴을 주어 분리했다. 중간중간 툭- 놓여진 바위도 수풍석 뮤지엄의 모든 흐름을 이어주었다.































석 뮤지엄은 코르텐 강

풍 뮤지엄은 적송

수 뮤지엄은 콘크리트


이렇게 각각 서로 다른 물성을 사용한 수풍석 뮤지엄이었다.




공간에 임팩트를 주는 요소는 무엇보다 '빛'이었기에

빛과 어우러지는 공간의 모습은 절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흐린 날에도 특유의 감성과 운치를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비가 오는 날에 수풍석 뮤지엄의 수면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도 인상적일 것이다.








색다른 점은 사이트의 특성이었다. 주거 단지에 박물관이? 그래서 보안뿐만이 아닌 투어 시간대도 엄격히 통제되고, 행동에 더욱 주의를 요하는 공간이었다.



시간과 계절, 날씨, 태양의 고도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수풍석 뮤지엄의 매력이다.

가이드님 말씀으로는 내가 방문한 10월 오후 두 시 대가 가장 빛이 좋은 계절과 시간이라고 팁을 알려주셨다.


언젠간 환한 빛이 들어오는 날, 또다시 이곳에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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