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에어컨 없는 우리의 여름은 정말 찐했다.
2018년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폭염. 이 여름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둘째를 낳고 휴직 중이던 나, 이때만 해도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은 없었지만 에어컨으로 인한 더위 에피소드는 시작되었다. 7월이 되고 에어컨을 틀려고 보니 웬일, 작동하지 않는다. 위*아에 전화를 했더니 접수하고 한 달 후에나 온다고 한다. 뭐?? 그럼 8월 말? 고쳐봤자네? 다시 사설업체에 연락을 했다. 그러고도 2주 후에나 에어컨을 수리할 수 있었고 이미 나와 둘째는 온몸에 땀띠를 얻은 채 한 여름을 보냈다. 달랑 퓨즈 하나에 10만원을 받고 에어컨을 고치고 돌아가는 수리기사가 무정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 해 여름의 더위와 땀띠로 너무 힘들었던 해, 그 해 2018년이 바로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폭염으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 폭염을 둘째와 온전히 느껴본 첫 해였다. 그래도 그 때는 2주정도 지나니 지낼만했는데, 25년 지금의 여름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우리 집이 여름이 오면 유머러스하게 하는 말이 있다. 2주만 버티면 돼!!!!!
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올해는 너무 무색하다. 한 달째 버티고 버티고 있다. 버틴다고? 그렇다. 우린 2020년 여름부터 에어컨 없이 살아가는 제비족들이다. (제비족: 기후위기에 창조세계 이 지구를 돌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지향하는 부족이다)
2020년, 코로나 이후 기후위기에 대한 실상을 알아버렸고, 앎은 마음을 흔들었고 흔들린 그 마음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 옮김에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도 있었다. 때마침 오래된 우리 집 에어컨은 2020년 또다시 고장이었고 그냥 살아보자, 18년도에도 살았는걸... 하면서 일주일만 버티면 되는 거니깐...으로 가볍게? 아니, 무식하게 시작했다. 어쩌면 나의 일방적인 (반강제적)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20년, 21년, 22년, 23년, 24년, 그리고 올해까지... 에어컨 없는 삶을 선택했다.
우리에겐 선택이지만 에어컨이 없는 집, 에어컨이 없는 일터에서 지내고 사시는 분들에게 이런 글 자체가 죄스럽기까지하다.
그렇게 20년의 1주만 버티면 돼!! 가 23년부터는 2주만 버티면 돼!! 가 되고, 25년 올해는 한 달이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집과 에어컨의 인연은 아무래도 아니올시다다. 운명인건가?
주택으로 이사온 이 집엔 물론 빌트인 에어컨이 거실, 방마다 다 있었다. 7월 초, 에어컨에서 초록불이 계속 깜박인다. 원인을 모르고 계속 깜박이는 불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으니 우선 AS를 불렀다. 실외기에 물이 흘러들어 기판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수리비가 한 대당 60만 원? 총 120만원? 다시, 비가 오고 눈이 오면? 참, 설치할 때부터 안전하고 튼튼하게 설치해야 하는데, 이럴 땐 아쉽다. 상품을 팔면 그만이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AS가 안되고, 수리하고 싶어도 부품이 없는 현실이다. 수리수선을 보장받고 싶다!!!!
결국 우리 집은 다시 가정회의? 에 들어갔다. 고칠 것인가, 말 것인가.... 2년 전세 계약의 주택살이, 물론 집을 아끼고 관리는 하지만 내년에 또 어찌 될지 모른다는 수리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차라리 전세를 뺄 때 고치는 게 집주인도 돈 절약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태 에어컨 없이 살았는데(버텼다고 해야 하는 게 맞다) 올해라고 못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에어컨 수리를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참 해도 해도 너무한 여름이었다. 거기다 주택으로 이사 오고 손님맞이를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받고 있다. 가장 더운 7월 말~8월 초는 여름휴가를 핑계로 초대를 안 했지만 8월 둘째 주부터 다시 맞은 손님... 아 죄송스럽다. 이 더위를 같이 이겨내게 만드니 말이다. 차라리 비가 오고 구름이 낀 날 초대를 하면 마음이 편한 건 몰까???
나의 두 자녀는 더위에 적응을 한건지 자기들끼리 등목은 물론, 자신의 런닝셔츠를 물을 묻혀서 짠 뒤 입고 다니면서 시원하다고 말한다. 살길을 찾는 것인가? ^^:;;ㅎㅎㅎㅎㅎ
이제 점점 에어컨 없이 살기가 힘들어진다. 두 자녀에게, 우리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고통을 줄 생각은 없었는데, 나의 아집과 고집일까? 에어컨을 떠올리면서 이전과 다른 두 가지 마음이 든다. 틀면 틀 수록 더 더워지는 여름과 폭염 폭우를 물려주기 어려운 마음과 지금 이 현실의 더위 앞에 힘들어하는 남편과 두 자녀, 가족과 지인들까지.... 1층 거실의 선풍기 2대와 2층의 선풍기 1대를 움직여가며 트는 것조차 힘들어 진다. 난 이 남은 여름과 내년,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